2부. 상담실 안에서의 리더십
그날 A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말을 했습니다.
"네", "그렇죠", "맞아요"라고.
하지만 상담이 끝나고 나서 저는 묘하게 허탈했습니다.
50분 동안 무언가를 나눈 것 같은데, 정작 아무것도 닿지 않은 느낌. 뭔가 어긋난 느낌.
그때 저는 초보 상담사였고, 그 어긋남이 무엇인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A 씨는 그날 처음부터 저항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상담사들이 흔히 저항을 인식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담자가 "저 오늘 별로 할 말이 없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직접 말할 때입니다.
어떤 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시작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할 이야기 많았다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항의 표현은 명확합니다. 예약을 갑자기 취소하거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상담사의 해석에 '그건 아닌 것 같아요.'등으로 정면으로 반박할 때.
그런데 사실 저항은 그보다 훨씬 일찍 옵니다.
A 씨는 그날 상담실에 들어오자마자 평소와 달리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몸은 의자 끝에 살짝 걸쳐져 있었고, 눈은 저보다 조금 아래쪽을 향했습니다. 질문에는 빠르게 대답했지만, 대답 후에 찾아오는 그 특유의 여운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신호들을 전부 놓쳤습니다. 그리고 계획해 둔 이번 회기의 주제를 향해 곧장 들어갔습니다.
저항이라는 것이 입보다 먼저 나타나는 걸 알지 못하고 말이죠
비언어적 신호는 상담에서 언제나 중요하다고 배웁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실제 상담 장면에서 초보 상담사들은 내담자의 언어에 집중하느라 몸의 언어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팔짱을 끼는 것, 발끝이 문 쪽을 향하는 것, 평소보다 짧아진 문장들, 대답 후에 사라진 눈 맞춤 등.
이것들은 우연이 아닙니다. 내담자의 심리가 이미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저항이 비언어로 먼저 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담자 스스로도 자신이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나 불편함은 생각보다 먼저 몸에 나타납니다. 말이 그것을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필요합니다.
신호를 잡는 것이 기술이고, 기다리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것을요.
그날 이후로 저는 상담 회기 시작 첫 3분을 다르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담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관찰합니다.
걸음걸이가 오늘은 어떤지, 자리에 앉는 속도가 어떤지, 첫마디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평소와 무언가 다르다면, 저는 제가 준비한 것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오늘, 어떤 마음으로 오셨어요?"라는 질문 하나가, 때로는 가장 강력한 개입입니다.
A 씨와의 다음 회기에서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습니다.
"사실 오늘 오기 싫었어요." 그 한 마디가 그날 회기의 전부였고, 동시에 우리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문이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그 문은 제가 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스스로 열었습니다. 저는 그저 신호를 읽고, 밀지 않고, 기다렸을 뿐입니다.
상담 기술을 배울 때 우리는 주로 무엇을 말할지를 배웁니다.
어떻게 공감할지, 어떻게 질문할지, 어떻게 해석할지.
그런데 경험이 쌓인 상담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진짜 실력은 말하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고요.
내담자가 오늘 어디쯤 있는지를 먼저 읽는 것, 위치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감지하는 것, 그리고 지금은 내가 준비한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임을 아는 것.
그것은 바로 '감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항은 상담의 걸림돌이 아닙니다. 저항은 내담자가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읽을 줄 아는 상담사가, 결국 내담자의 가장 깊은 곳까지 안내합니다.
말보다 먼저 오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거기서부터 진짜 상담이 시작됩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Q. 나는 내담자가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준비한 것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는가?
Q. 지난 회기에서 내담자의 '말'에 집중하는 동안, 내가 놓친 '몸의 언어'는 무엇이었는가?
Q. 나는 내담자의 저항 앞에서 멈출 수 있는가, 아니면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이 말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