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배달음식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우리 부부는 거의 집밥 모드다.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이 계시기도 하지만, 늘 건강식에 대해 굉장한 철학이 있으신 엄마의 영향도 크다. 또한 2인 가족이라고 해도, 식비로 너무 많은 것을 낭비할 수 없기에 우리는 웬만하면 집밥 주의자였다.
그런데 요즘 자꾸만 배달의 민족에서 쿠폰을 준다. 마음 흔들리게...
아무런 쿠폰이 없을 때는 어플 근처에도 안 가지만, 쿠폰을 후하게 주는 시즌에는 종종 집 앞에서 닭강정을 테이크 아웃해서 먹는다.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이 육박한 브랜드 치킨은 사실 손 떨려서 못 시키겠다. 7천 원, 어쩔 때는 5천 원에 닭강정을 테이크 아웃해서 먹는 우리는 알뜰파다.
거의 모든 사이트의 남편 아이디와 비번은 똑같다. 책을 살 때도, 영화 티켓을 구매할 때도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려면 양쪽 아이디를 번갈아가며 활용해야 한다. 혜택이 큰 쪽으로 말이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 주문을 할 때도 어떤 날은 내 아이디로, 또 어떤 날은 남편의 아이디로 시키지만... 어플에서 주문을 하는 사람도 나고, 사진 찍고 리뷰를 남기는 사람도 당연히 나다. 그걸 아시는 사장님들은 없으시겠지만 말이다ㅋㅋ
매번 내가 어플로 주문을 하면, 집 앞 닭강정 가게에 남편이 테이크아웃을 하러 간다. 나는 그 가게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사장님 얼굴은 당연히 모른다. 그렇지만 리뷰는 기가 막히게 남긴다. 친한 사람처럼^^
평소 말이 없고, 착하디 착한 남편은 컴플레인은 할 줄도 모르고, 주문이 밀려서 30분 있다 다시 오라고 하면 조용히 집으로 왔다가 30분 있다 찾으러 가는 "양반" 타입이다. 싫은 소리 한번 안 하고, 꼬박꼬박 존댓말과 인사를 하는 남편을 닭강정집 사장님은 인상깊게 보셨나보다. (더불어 친절한 나의 리뷰 글도?ㅎㅎ)
리뷰에 이래저래 해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요즘 슬럼프라 닭을 튀기기가 너무 힘들다고 댓글을 남기셨다. 이 닭강정집은 아주 작은 매장이고, 혼자서 일을 하신다. 요즘은 배달 전문 기사님들이 따로 있으므로, 배달은 하지 않지만 혼자서 조리와 계산, 어플에 댓글까지 바쁘신데도 늘 친절하시고, 착하셔서 동네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자영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겠는가. 날씨도 너무 덥고 말이다.
슬럼프가 와도 손님들한테는 썩소를 날릴지언정 표현을 안 하기 마련인데, 이 사장님은 뭔가 많이 지쳐 보이셨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리뷰 댓글에서도 사람의 감정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얼굴은 한 번도 본적 없지만, 사진과 리뷰 그리고 댓글로 맺어진 느슨한 유대관계인 사장님이 슬럼프라고 하시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씌였다. 그러면서 내가 든 생각은?
집에 책도 많은데 한 권 선물해드릴까? 새로 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다 읽은 책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그 책으로 그 사람이 살아날 수도 있고! (사실 내가 상담 공부에 푹 빠져있을 때에 상담과 독서를 결합해서 그 사람에게 맞는 책을 선물해주는 일들을 하고 싶었더랬다... 아직 나의 내공을 더 쌓아야 할 때이지만 말이다)
「친구의 친구」를 읽으면서 느슨한 유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씽큐 베이션과 청소년학과 실습등 여러 가지 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면서 사고의 확장, 선한 마음이 더 부여되는 것 같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움켜쥐려고만 했겠지... 하지만 흘려보내지 않으면 고인물은 썩게 되어 있다. 마음도, 지식도, 재능도, 돈도 흘려보내야 한다. 좁은 시야로 나! 나! 나! 만을 외치는 미련한 자가 되지 말고, 느슨한 유대관계를 확장 해나 가보자.
조만간 닭강정을 주문할 때 남편의 손에 책 한 권과 짧은 응원의 엽서 한 장을 들려 보내야겠다^^
사장님 사진과 리뷰와 댓글은 다 저였습니다 ㅋㅋㅋ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