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hole new world
남편이 나의 남자 친구가 되기 얼마 전 생애 첫 차를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남편은 친오빠의 베스트 프렌드다. 차가 있었기에 우리의 비밀 연애는 가능했었다. 적당한 핑계를 대며 우리는 첫 차와 함께 이런저런 추억을 쌓아갔었다. 결국 비밀연애는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1년을 연애하고 12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한 녀석만 꾸준히 탔다. 사실 주말에 그렇게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서 쉬기 바빴기 때문에 키로수는 연차에 비해 얼마 나가지 않았고, 사고도 한 번도 없었으므로 외관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부담 없이 출퇴근용으로만 사용할 뿐이었는데, 서울시 노후 경유차에 해당되는 바람에 그 녀석은 서울에서는 탈 수가 없는 신세가 되고야 말았다. 이런저런 계산을 해본 결과 저감장치 비용을 보조받더라도 만만치 않았기에, 본의 아니게 폐차를 하게 되었다. 13년의 추억과 함께 그 녀석은 우리에게 고철값을 남긴 채 떠나갔다. 13년을 함께하던 녀석이 없어진다니 너무 섭섭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조금씩 고장으로 돈 먹는 하마였기 때문에 더 이상 껴안고 있을 수도 없었다.
올봄 우리는 새로운 녀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기존의 녀석과 달리 새 녀석은 여러 가지가 많이 달랐다. 나는 장롱면허이다 보니 차. 알. 못이고, 거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므로 남편 차는 한 달에 한두 번 탈까 말까 한다.(하지만 환승은 기가 막히게 잘한다!) 정차하고 있을 때 시동이 꺼지는 것, 더 이상 키를 꼽지 않아도 되는 것 등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은 것들이 나에게는 새롭기만 했다) 이제 어느 정도 그 녀석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더운 날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가려고 차를 타니, "엉시 틀어줄까?"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초가을에도 엉따를 애용하는 편인데, 지금까지 엉따만 알고 있었지 엉시라는게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예전 차에 비해서 조용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나오는 에어컨으로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데, 좌석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다니!! 너무 시원한 신세계였다. 양파 같은 녀석 언제까지 나를 놀라게 해 줄 셈이냐? ㅎㅎ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녀석 덕분에 이 노래가 저절로 생각나는구나.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건데, 호들갑을 떤 거라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새차 #엉따 #쿨시트 #기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