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책 만들기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삶이, 마치 지진을 만난 듯 요동치기 시작한 건 2023년 2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무슨 용기가 난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5년이란 세월 동안 해 온 대형트럭 운전을 그만두었습니다.
밤이 좋아 선택했던 직업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걸 빼앗아 갔습니다. 밤낮을 반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제게 있는 모든 걸 돈과 바꿔야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사람은 원래 이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위안하며 참아보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저의 삶 전체를 위태롭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럴듯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신기루처럼 끝내 잡히지 않은 채 허상으로만 남았습니다. 이것저것 탓할 것만을 찾게 되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운송 사업을 접고 무작정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글을 쓰며, 제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잊은 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23년 봄이 끝나갈 무렵, 속초에 있던 동생이 여름 동안 자신이 근무 중인 호텔에서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서울을 떠나 느닷없이 속초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속초로 떠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서울로 돌아왔지만, 끝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매일 보며 참 많이 좋았습니다. 속초 생활은 제가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처음으로 깊은 내면의 행복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가고 싶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항공권을 구매하고 준비하기 시작했죠. 저에게 속초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정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저의 하루하루를 걱정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의 ‘오늘’은 어떨지 말이죠.
37일간의 ‘오늘’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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