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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진 Apr 06. 2016

꿈을 현실로 만든 매니저 백강기의 열정

독서테라피 4. 나는 매니저다

  흔히 매니저라고 하면 심부름꾼이나 보디가드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스케줄이나 관리하고 돈계산을 맡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니저는 신인을 발굴하기도 하고 작품 제작도 직접 하는 등 그 영역은 매우 큽니다. 운전이나 하고 잔심부름을 하는 수행원도 매니저라고 부르지만, 이 책이 말하는 매니저는 가수를 발굴하고 스타로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합니다. 천재 기타리스트 김태원과 락밴드 부활을 세상에 알린 백강기의 매니저 이야기를 읽으며 '아, 이것이 진정한 매니저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타인을 스타로 만드는 역할로서의 매니저는 조력자라기보다는 아버지 같은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창조자의 역할이 바로 매니저로 보였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매니저에 대한 통념을 깨는 책'이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원아, 필요한 게 뭐냐?”
“24시간 마음 놓고 연습할 장소만 하나 마련해주세요.
그리고 데뷔앨범 하나만 제작해주세요.”
“데뷔앨범 제작해주면 넌 나한테 뭘 해줄래?”
“뭐든 다 할게요.”
“그래 좋다, 한번 해보자.”


   '김태원'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위대한 탄생'이라는 TV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 저는 김태원의 인간적인 면을 봤고 이에 감동한 시청자들은 그에게 큰 힘을 실어줬습니다. 저도 프로그램 보는 내내 김태원을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김태원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국민할매'라는 별명이 있다는 것, 기타를 친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었지요. 이 책에서 만난 김태원은 놀라웠습니다. 어린 시절 사진은 귀여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김태원의 무명시절, 데뷔시절을 알게 되니 마치 그의 팬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미 벌써 김태원의 팬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저를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태원을 스타로 만든 매니저 백강기도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무명 밴드를 스타밴드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유명 보컬도 탄생시켰고, 보육원생 프로골퍼도 탄생시켰으니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요. 훌륭한 스승이 있어야 훌륭한 제작 나오듯이 훌륭한 매니저가 있기 때문에 저렇게 훌륭한 스타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천재 기타리스트 김태원과의 운명적인 만남부터 그룹명을 '디엔드'에서 '부활'로 바꾼 이야기, 락의 불모지 한국에서 락의 삼국시대를 헤쳐온 락밴드 부활의 초대 보컬 김종서의 영입과 탈퇴, 후임 L군과 비운의 천재보컬 김재기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부활의 보컬을 'L군'이라고 표기할 수 밖에 없는 깊은 사연은 모르겠지만, 책에 보니 저자 백강기와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1집 타이틀곡이 '희야'로 선정된 과정이라든가, 가수 민해경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녹음한 이야기, L군의 탈퇴 이야기 등은 그동안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부활]의 매니저로서의 삶은 여기까지라고,
이것으로 충분하다고…….이제 내게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
소외되고 방치되어 있던 가정……
내 아들, 범이를 위해
온전히 바쳐져야 함이 내 운명임을 직감했다.



  2부는 보육원생 출신을 프로골퍼로 만든 이야기입니다. [부활] 4집을 끝으로 매니저생활을 청산하고 아내와 이온한 백강기는 완전 파산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아빠로서 절대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보육원 3곳을 돌며 아들을 프로골퍼로 만든 이야기에서도 저자 백강기의 감각적 매니지먼트를 볼 수 있습니다. 골프신화를 만든 박세리의 고교시절 맞수였던 백세라의 죽음으로 인해 운명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백강기의 아들 백현범의 골프입문 이야기부터 붕어빵을 팔고 주유소에서 일하며 아들을 프로골퍼로 만든 아버지이자 매니저로서의 이야기가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던지, 나도 저렇게 멋진 아빠이자 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 번 프로는 아마추어로 돌아가지 않는다.
너는 프로다.
세계 최고의 프로다.
적어도 아비에게만큼은……
사랑한다, 아들아!


  이 책은 여유롭게 과거를 회상하며 쓴 글이 아니었습니다. 꿈은 포기하지 않는 한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계속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어떤 역경 속에서도 꿈의 불씨 하나 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기록입니다. 아직 꿈을 이루기 위해 갈 길미 먼 아들과 아버지로서 매니저로서 해야 할 일이 남은 백강기의 처절한 몸부림이자 열정의 기록인 것입니다. [부활]을 탄생시키고 김태원을 스타로 이끌었던 그의 신화적 이야기가 아들 백현범의 골프신화에서도 재현되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도전자에게 백강기 부자의 노력과 열정이 큰 소망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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