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작
여행을 갔다.
날씨가 무척 좋지 않았지만
추위에 코 흘리면서
그걸 아무렇지 않게 닦아주는 배하나랑 같이 다니는 게 좋았다.
스타벅스에서 먹었던 쑥떡 프라푸치노도 마라도에서 먹었던 짬짜도 방어회도 다 맛있었다.
얼큰히 취해 먹던 얼큰한 매운탕에 농익은 대화도 맛있었다.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우리 둘밖에 없어 마치 렌트 한마냥 거실에서 책 읽고 토론하고 영화도 졸린 눈 비비며 같이 보았다.
오늘 아침 눈 뜨며 역시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듯이 여행에서도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배낭이 내게는 무척 무거웠다. 숙소에서 식당까지 이십여분 버스 타러 십분 숙소에서 카페까지 삼십 분.... 어깨가 너무 아파서 택시 타고 편하게 가고 싶었다. 어찌 잘못되어 택시를 못타게 되고 또 한참을 걷는데 어깨가 부서질 것 같더라. 그래서 겨우 카페에 왔는데 편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근데 아는 곳이 없으니..!! 가는 수밖에.. 그래서 미역국을 겨우 먹으러 갔는데 미역국 집도 안 하고 어깨는 부서질 것 같고. 그놈의 미역국을 나만 먹으라고 말하는 배하나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하고 이걸 나 혼자 먹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나의 이런 마음을 계속 표현하고 있었다. 죽상! 울상. 시장 가서 오순도순 한라봉도 사고 싶었던 나는 배하나에게 한라봉 사준다고 하더니 안 사준다고 투덜투덜했다.
******
다음 여행의 목표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내 맘대로 안돼도 웃으면서 장난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라봉을 보면서 한다.
*******
갑자기 배하나가 기다리라고 했다. 뭐지? 했는데 한라봉을 한 개 들고 왔다. 어? 어디서 났어요?
지나가는 사람에게 샀어
*******
바라는 점
그래도 짐이 많으면 택시를 탔으면 좋겠다. 십분 이십 분.. 이렇지만 한번 아픔이 쌓이면 잘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십분 뒤부터 힘들면 나중에는 가방 메자마자 힘들다..
********
고마움
고맙다. 내 기분 안좋을까봐 좋은 여행 망칠까봐 그 순간에 어디선가 한라봉을 사서 짜잔하는 그 마음이 고맙고 내 못된 마음이 미안하다. 이 여행을 생각하면 배하나가 가져온 한라봉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이 좋은 여행을 선물해줘서 끝까지 애써줘서 너무 고맙다. 이 기억은 절대 안 잃어버릴 것 같다.
*********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배하나 여행 선물로 줘야지
*********
2020년도에는
기분이 안좋아지고 일이 잘 안되더라도 성질내지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