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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Dec 29. 2017

프롤로그 : 꿈이라는 운명

새로운 운명으로 이끌어 줄 감동의 기억


꿈을 만나는 건 운명일까?


나폴레옹은 6살 연상의 조세핀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2명의 아이가 딸린 이 매력적인 이혼녀를 자신의 아내로 만들었다. 만난 지 3개월 만이었다.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준 결혼선물은 메달이 달린 목걸이 하나였다. 그 메달에는 Au Destin, '운명'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과거를 되돌아보면, 꿈을 만났던 일들이 모두 운명처럼 느껴진다. 모든 게 운명이었다. 이미 결정되고 완료된 사건들을 돌아볼 때 그런 느낌은 훨씬 강력하다. 


비록 사소한 사건이지만, 나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겪고 거기서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시간 속에서 하나의 줄기를 만들었다. 그 줄기는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처럼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다. 그 목적지를 결정한 것은 물론 내가 아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뒤를 돌아보면서 나는 그 과정이 모두 신비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크고 작은 운명들이 연쇄적으로 내 앞에 나타났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운명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 흐름의 끝에서 나는 음악가가 되어 있었다.



| 누구나 운명처럼 꿈을 만날까?


꿈을 만나는 게 모든 사람에게 운명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가 선택한 방향이 정말 운명의 설계에 의한 것이었을까? 

만일 내가 겪었던 다른 사소한 일들에 대해 내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내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운명의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일찍 태권도를 시작하고 어린 나이에 초등부 주장이 되었지만 나는 2년 만에 태권도를 그만뒀다. 만일 내가 태권도를 계속했다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아내는 중학교 때 연극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열린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학생이 사고로 빠지게 되자 그다지 영어를 잘하지 못했던 아내는 단지 연극을 한다는 이유로 그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때 같이 참여했던 한 친구는 지금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연구 중이다. 만일 아내가 그때 영어 말하기에 재미를 느껴서 계속했다면 동시통역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UN을 거쳐 외교부 장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 그가 남긴 7만 5천여 통의 편지 가운데 상당수가 조세핀에게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 황후의 왕관을 씌워줬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결국 조세핀과 이혼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만일 나폴레옹이 파티에서 조세핀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리고 청혼을 하지 않았다면, 프랑스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꿈을 만나는 건 운명적이다. 그리고 동시에 운명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 만남을 운명으로 선택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내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기회와 사건들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기 힘들다. 하지만 일단 선택을 한 다음에 그것을 운명으로 만들어 가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뒤 과정을 돌아보며 모든 게 운명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 새로운 운명으로 이끌어 줄 감동의 기억


꿈을 만난 순간. 나는 그 운명적인 만남을 기억한다. 사는 게 힘에 겨웠던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이 시작되었다. 마치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속삭이는 지혜로운 어른의 위로처럼, 그 기억은 내게 힘을 주었다. <소년, 음악을 만나다>는 그 기억의 기록이다.


과거의 시간을 뒤돌아보니 그 모든 게 운명이었다. 지금 내게 있어서 운명이란, 절대자에 의해 나도 모르게 설계된 흐름이라는 뜻과, 내가 선택하고 운명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작고 사소한 나만의 운명적인 일들을 기록하고 그 순간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기로 했다. 그 감각이 나를 새로운 운명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르니까.



나폴레옹은 이혼 후 13년이 지나 유배지였던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외로이 죽어갔다. 죽기 전날, 누군가 나폴레옹이 조세핀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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