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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Feb 08. 2016

지독한 슬픔을 노래하다

현을 위한 아다지오, 사무엘 바버 Samuel Barber

클래식 음악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작곡가들은 거의 대부분 유럽 사람들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러시아 쪽과 이탈리아가 약간, 그리고 몇몇 다른 국가 출신이 가끔 보일 정도다. 한마디로 클래식 음악은 독일 음악가들의 손에 의해 점령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바흐, 헨델,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 바그너까지 모두 독일인이고 하이든과 슈베르트,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독일-오스트리아의 연합전선이 전 세계 클래식 음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클래식 음악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거의에서 전혀 사이 정도라고 해도 뭐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태어난 진짜 미국인을 의미하는, 미국 출신의 클래식 작곡가는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영화음악으로 많이 알려진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를 제외하면 또 누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죠지 거슈인George Gershwin정도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

뭐, 미국 역사가 워낙 짧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세계 제일의 국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대중음악을 제외하고) 작곡가로 내세울 만한 사람이 다섯 명도 되지 않는다는 건 어째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Samuel Barber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이름은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음악학교를 졸업한 바버는 미국 영화 덕분에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만든 영화 플래툰Platoon은 거장 올리버 스톤Oliver Stone이 1986년에 만든 영화다. 20대 초반의 찰리 쉰Charlie Sheen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헬기를 타고 포연이 자욱한 전장 위를 날아가는 장면에 이 음악이 들려온다.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


상상력이라고 조금도 들어갈 틈이 없는 딱딱한 제목의 이 음악은 찰리 쉰의 음성에 배경으로 들리며 지옥 같은 베트남 전쟁의 깊은 상처를 천천히 드러낸다.

영화 플래툰

연주시간 10분을 넘어가는 이 곡은 작곡가 본인의 표현대로 히트상품이 되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시작 지점부터 가슴 깊은 곳에 감춰둔 슬픔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그리고 마치 끝날 것처럼 절정에 올랐다가 또 한 번 도약하고, 다시 한 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절규에 가까운 클라이맥스를 연주하는 부분에 이르면,  가슴속에 남아있는 슬픔은 하나도 빠짐없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만다.


지독한 슬픔,

영원한 상실,

끝이 없는 이별,


오늘 큰 슬픔에 잠긴 모든 사람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이다.


이 곡이 갖고 있는 슬픔과 이별의 분위기는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존 F. 케네디, 그레이스 켈리의 장례식 등 여러 유명인들의 애도식에서도 연주되었다고 한다.


또 한 명의 유명한 미국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지휘로 들어보자.

https://youtu.be/BGMwNe9WWmE

Samuel Barber - Adagio for Strings, op. 11 by Leonard Ber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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