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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Feb 29. 2016

즐거운 음악 속에 담긴 비극, 민요의 힘

Waltzing Matilda / Swingle singers

인간이 자리를 잡고 사는 세상 곳곳에 민요가 있다. 또 민요는 아니지만 마치 민요 같은 노래가 존재한다.

둘의 차이점 : 진짜 민요는 수백 년에 걸쳐 구전되어 온 노래지만 민요 같은 노래는 그런 공감과 숙성 및 공유의 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공통점 : 묘하게 깊은 곳을 건드린다.


민족과 문화와 지역 등 모든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의 민요를 들어봐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건 민요는 대체로 그 가사가 무척 모호하다는 점이다. 긴 세월, 많은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불리고 전달되었기 때문에 생긴 이 모호성은 가사를 가사의 수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 민요 아리랑을 예로 보면,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실연한 주인공이 그 대상을 향해 부르는 내용인데, 정작 그런 실연의 아픔을 정확하게 느끼며 노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실연과는 관계없는, 아리랑이 가진 깊은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Swagman의 사진(1901) / wikipedia

호주 민요 Waltzing Matilda 역시 그런 모호함을 입고 있다. 처음 이 노래를 듣는다면 아마도 '춤추는 마틸다에 대한 즐거운 기억' 정도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호주식 사투리로 쓰인 이 노래는 놀라운 반전을 가지고 있다.


즐거운 떠돌이swagman 한 사람이 작은 호숫가bilabong

유칼립투스 나무coolibah tree 그늘에서 잠을 자게 됐다.

깡통billy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며 노래를 불렀다.

나와 함께 봇짐matilda을 지고 유랑을 가자고


jumbuck 한 마리가 물을 마시러 호숫가로 내려왔다.

떠돌이는 기뻐서 펄쩍 뛰고 신나서 양을 잡았다.

음식 자루tucker bag에 양을 집어넣으면서 노래했다.

나와 함께 봇짐matilda을 지고 유랑을 가자고


땅 주인이라는 작자가 순종 말을 타고 나타났다.

하나, 둘, 셋, 세 명의  기마경찰도 납시었다.

"당신 음식 자루에 든 건 누구 양이지?"


떠돌이는 펄쩍 뛰더니, 호수에 몸을 던졌다.

"산채로는 절대 나를 잡지 못해!" 떠돌이가 말했다.

그 호숫가를 지날 때 그 떠돌이 영혼의 소리를 들을지 몰라


비극적인 결말의 이 노래가 1977년 호주의 새로운 국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설마, 가사를 그대로 쓰자는 건 아니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아리랑 정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처절한 이야기를, 그들 호주 사람들은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얘기다.

Waltzing Matilda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호주 우표

민요는 그런 거다.

어쩌면 음악이 그런 건지도 모른다.

모호함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민요를 사랑하게 만든다.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신비의 요소가 유머러스하게 담긴 이 노래를 듣는다.

노래를 들으며 비극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냥,


저 깊은 곳에서, 역시 알 수 없는 슬픔 같은 모양을 한 신비로운 미소가 슬며시 떠오른다.

그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민요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dry0JYbHJNk

Swingle singers - Waltzing Mat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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