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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n 11. 2023

이런 것까지 받아줘야 한다고요?

#감정은죄가없어요 #수용하는포용력


엄마 미워! 엄마 때문이야!


끼 ㅡㅡ익




이대로 집까지 운전하고 갈 수 없었다. 아이의 짜증 난 목소리로 꽉 찬 차 안에서 정신을 차리고 운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결국 눈에 보이는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웠다. 운전석에서 내려 문을 쾅 닫고는 아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 문을 거칠게 열었다. 내리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에게 "내려"라는 말을 반복했다. 탁 트인 도로 한가운데 엄마 탓을 하는 아이 때문에 억울한 엄마와, 짜증이 온몸에 흘러넘치고 있는 아이가 마주했다.




연우야, 물 안 떠 온 사람이 엄마야, 연우야?

나야!

그래, 그러면 물 못 마시는 게 엄마 때문이야, 연우 때문이야?

나야!

분명 엄마가 아까 이야기했지! '연우야~ 엄마 은수 데리고 올게, 축구 끝나면 목마르니까 물통에 물 받아가지고 와'라고. 그런데 물 안 받아온 사람이 누구야? 너잖아. 그런데 왜 그걸 엄마 탓을 해! 왜 엄마 탓이야 그게! 앞으로 '엄마 때문이야, 엄마 나빠'라는 말 하지 마. 금지야. 알겠어?




결국, 버럭하고 터지고 말았다. '엄마 때문이야, ' '엄마 나빠, '를 들을 때마다 꾹꾹 참아왔던 억울함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기분 좋게 축구를 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도 나도 엉망이 되었다.






이럴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첫째 아이를 키우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날들이 잦아지면서 무언가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상담시설을 알아봤고, 육아 상담을 하며 아이를 키우며 했던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물은 자기가 안 떠와놓고 엄마 탓이라고 하는데, 이건 잘못된 것 아닌가요?

받아 주셔야죠. '물을 못 마셔서 짜증이 났구나~'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도 감정을 받아줘야 된다고요? 가르쳐 줘야 하는 게 아니고요?

짜증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이해 못 하거든요. 감정은 틀리거나 잘못한 게 없어요. 그냥 이 상황이 짜증이 나는 거죠. 감정을 받아주고, 욕구를 알아주기만 해도 훨씬 문제가 수월해져요.

그러면 뭐라고 말해야 되는 거예요?

아이가 원하는 게 뭐였을까요? 왜 짜증을 냈을까요?

물을 마시고 싶은데 못 마셔서 짜증이 난 것 같아요.

그러면 그대로 말씀하시면 돼요. '연우가 짜증이 났구나. 물을 마시고 싶은데 못 마셔서 그런 거지? 얼른 집에 가서 물 마시자' 하고요. 




나름 선생님이라는 직업으로, 내가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잘 키워오고 있다고 생각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겠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육태도검사와 기질검사를 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다시 알게 되었고, 그토록 아이가 힘들었던 이유가 나와 똑 닮은 기질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극을 추구하는 나의 기질을 똑 닮은 아이는,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통에 물이 없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 당장,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엄마, 나 오늘 친구랑 같이 축구하기로 했어. 나 먼저 간다~




돌봄 교실 친구랑 같이 축구를 하기로 약속한 아이는 교실에서 나오자마자 아이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병설유치원에서 둘째 아이를 하원시키고 운동장으로 갔는데 연휴 시작 날이라 그런지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없었다. 아이와 같이 축구를 하기로 했다던 친구도 보이지 않았다. 첫째 아이는 혼자서 모래만 만지작 거렸다.




축구 같이 한다던 친구는?

엄마 때문이잖아! 엄마가 늦게 와서 친구가 간 거야! 엄마 때문에 축구도 같이 못 했어!




또 시작된 엄마 탓.

엄마 탓을 하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상담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 감정은 죄가 없어요 ' 

짜증과 울분이 섞인 아이의 표정 속에 '축구를 못해서 속상한'마음이 보였다.



친구랑 축구하고 싶었는데 못 해서 속상하구나.
내일은 엄마가 조금 더 일찍 올게.
오늘은 엄마랑 축구할래? 모래놀이 할래?

여전히 엄마 탓을 하는 아이를 안고 짜증이 툭툭 떨어져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렇게 몇 분 더 "엄마 때문이야!!"를 소리 지르던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모래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 정말? 정말 이게 다라고? '




엄마, 아까 짜증내서 죄송합니다.


그럴 수 있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면 우리 다음에는

'엄마, 친구랑 축구하고 싶었는데 못 해서 속상하고 화나요'라고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해보자.




그동안 나는 유난히 징징거림이나 탓하는 말, 아이의 투정을 잘 받아주지 못했다. 아이의 짜증은 보통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마음이 답답했다. 아이의 감정까지 해결해 주려 하다 보니 힘들었던 것이다. 그냥 마음을 읽어주기만 하면 되었다.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말도 안 되는 아이의 짜증에도 그저 덤덤하게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런 것까지 받아줘야 한다고요?' 싶었던 상황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의 시작은 그저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받아주는 것에서 시작함을 마음에 새겼다.



/ 쓰고 난 후에 / 뭔가 마지막에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수용하는 포용력'이 중요하다는 얘기고, 이게 학교 생활과 어떻게 연결 되는지 적어봐야 하는데 마지막에 그게 없는 느낌? 그냥 수용해 줘야 한다는 말만 있는 느낌.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은 주로 감정조절을 잘 못 하는 경우에 일어난다는 얘기를 같이 써 보면 어떨까? 실제로 감정 조절을 못 해서 친구와 갈등이 자주 생기는 아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연우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학교 모습은 볼 수 없어서 고민이지만, 그래도 우리 학급의 사례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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