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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l 13. 2024

나를 다시 시작하게 힘을 준 책

빛쓰다 릴레이 글감#16 - 행복한 나래쌤 작가님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평소 눈에 띄지 않던 배너가 하나 눈에 확 들어왔다.


비블리오배틀

비블리오배틀이 뭐지? 찾아보니 책을 뜻하는 '비블리오'와 대결을 의미하는 '배틀'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 안에 책을 소개하고 현장투표로 챔피언북을 선정하는 대회였다. '오! 재밌겠다!' 호기심 충만한 마음으로 배틀 주제를 살펴보니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준 책'에 대한 것이었다. 수많은 책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인생책인 '마당을 나온 암탉'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읽은 김종원 작가님의 '노력하는 한 인간은 방황한다'까지. 그러다 문득, '아! 이게 있었지!' 하고 한 권의 책이 반짝 떠올랐다.




장사의 신

'장사의 신' 저자인 우노다카시는 일본에서 여러 이자카야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독립시켜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가 불황에도 잘 나가는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비법을 담은 책이 바로 '장사의 신'이다. 과거 이 책을 읽을 즈음의 나는,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출간하겠노라!'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반복되는 출판사의 거절 속에서 차츰 그 불씨가 사그라질 즈음이었다. 정말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고, 우노다카시의 수많은 말들이 '책 쓰기'와 연결되었다. 우노다카시의 책을 읽고 책 쓰기를 포기하려던 찰나, 투고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그때의 내 생각을 블로그에 기록한 것이 떠올랐다. 다시 그 글을 찾아 읽으니 그때의 마음과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라 비블리오배틀 선정 도서로 '장사의 신'을 선택했다.



비블리오배틀 촬영을 위해 쓴 원고가 마침, 행복한 나래쌤의 릴레이 글감과 맞닿아 있어 소개해 본다. 본선에 진출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이번 비블리오배틀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그때그때 날것의 나의 기록을 더 자주 많이 해두자는 것이다. 예전의 기록들이 어떻게, 어떤 점들과 연결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안녕하세요 김나현입니다

제가 오늘 나를 다시 시작하게 힘을 준 책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바로 우노 다카시의 장사의 신입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에게 장사라는 것은 삶에 없는 단어였습니다. 그런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독서모임’ 선정 도서였기 때문이었어요.

장사와 관련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던 당시 내 이름 석 자가 쓰인 책을 출간하고 싶다라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쓴 글을 투고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런 식이었죠

옥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저희 출판사에서는 출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300통이 넘는 투고메일을 보냈는데 매번 거절메일을 받다 보니 , 아무래도 책 쓰기는 아직 이른 것 같아라고 생각한 저에게 장사의 신의 이 문장이 제 마음을 다시 움직였어요.

     



실무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배워 가면 되는 거야.
그보다 나는 '점장이 되고 싶다'라고 손을 든 아이들은 그 자체에 뭔가의 비전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우노다카시는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독립'시켜 자기만의 가게를 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그중에 점장의 역할을 경험해 보는 것은 독립의 첫 단계라고 할 만큼 중요합니다. 이 중요한 자리에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노다카시는 하겠다고 손을 든 사람을 시켜준다는 것이지요. 그 자체에 비전이 있는 거라면서 말이에요.

이 문장을 읽은 순간, 저는 거절로 인해 좌절된 마음속에 다시 불씨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 책을 쓰고 싶다는 그 마음!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을 출간하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에 비전이 있을 거야!' 하고 말이죠.

하지만 마음만으로 일이 풀린다면 진작에 출간계약을 했었겠죠. 마음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난 다음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잘 되는 가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
그걸 찾아낼 수 없다면 잘 되는 가게의 경영자도 될 수 없지.

, 잘 팔리는 책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으로 저에게 와닿았고 저는 강남에 있는 교보문고 에세이코너에 꽂힌 책을 모두 살펴봅니다. 어떤 책이 있는지, 어떤 출판사가 있는지, 어떤 책이 잘 팔렸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을 한 것이지요. 이렇게 분석을 하다 보니 제가 놓친 것이 명확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애지중지했던 초고는 일기 같은 글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어요.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것처럼, 책 또한 읽는 독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 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얘기만 쓸 수는 없었어요. 그 안에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야 했죠. 결국, 책을 쓴다는 것은 교집합을 찾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세상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교집합 말이죠.

하지만 이 교집합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다시 기획을 바꿔 투고했지만 여전히 거절 메일이 이어졌죠. 끊임없이 기획을 바꾸고 투고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한 출판사와 연이 닿아 출간을 할 수 있었어요. 출간계약을 하기까지 제가 투고한 메일은 약 900통이었습니다. 300개의 출판사에 세 번 기획을 바꿔 투고를 했거든요.

누군가는 그런 저를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나현 씨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이루어지는구나하고 말이에요. 그러면 저는 답해요. 감사해요. 그런데 저도 포기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해 본 거죠. 그렇게 시작했다가 좌절했다가 잠시 쉬어갔다가 다시 시작해 보고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 보기에는 포기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
간단하지만 따뜻한 접객 그게 중요하다고!

책을 출간하는 과정도 똑같았어요. 기획도 중요하고, 글을 얼마나 잘 쓰는가도 중요하지만 제가 시작부터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엄마 되는 일이 힘들었던, 나와 같은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덤덤하게 풀어냈더니 결국, 내 이름이 적힌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었어요.

책을 쓰고, 엄마들을 만나 저자강연을 할 때마다 떠올립니다. '나는 어떤 따뜻한 접객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장사꾼일지 모릅니다. 내가 세상에 팔고 싶은 것은 모두 각자 다르겠지만요. 그 과정에서 꽉 막혀 무언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못 해 먹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장사의 신을 추천합니다. 마음속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살려줄 문장을, 지금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문장을 꼭 만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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