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오배틀이 뭐지? 찾아보니 책을 뜻하는 '비블리오'와 대결을 의미하는 '배틀'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 안에 책을 소개하고 현장투표로 챔피언북을 선정하는 대회였다. '오! 재밌겠다!' 호기심 충만한 마음으로 배틀 주제를 살펴보니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준 책'에 대한 것이었다. 수많은 책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인생책인 '마당을 나온 암탉'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읽은 김종원 작가님의 '노력하는 한 인간은 방황한다'까지. 그러다 문득, '아! 이게 있었지!' 하고 한 권의 책이 반짝 떠올랐다.
장사의 신
'장사의 신' 저자인 우노다카시는 일본에서 여러 이자카야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독립시켜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가 불황에도 잘 나가는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비법을 담은 책이 바로 '장사의 신'이다. 과거 이 책을 읽을 즈음의 나는,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출간하겠노라!'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반복되는 출판사의 거절 속에서 차츰 그 불씨가 사그라질 즈음이었다. 정말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고, 우노다카시의 수많은 말들이 '책 쓰기'와 연결되었다. 우노다카시의 책을 읽고 책 쓰기를 포기하려던 찰나, 투고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그때의 내 생각을 블로그에 기록한 것이 떠올랐다. 다시 그 글을 찾아 읽으니 그때의 마음과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라 비블리오배틀 선정 도서로 '장사의 신'을 선택했다.
비블리오배틀 촬영을 위해 쓴 원고가 마침, 행복한 나래쌤의 릴레이 글감과 맞닿아 있어 소개해 본다. 본선에 진출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이번 비블리오배틀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그때그때 날것의 나의 기록을 더 자주 많이 해두자는 것이다. 예전의 기록들이 어떻게, 어떤 점들과 연결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안녕하세요 김나현입니다
제가 오늘 ‘나를 다시 시작하게 힘을 준 책’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바로 우노 다카시의 장사의 신입니다.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에게 ‘장사’라는 것은 삶에 없는 단어였습니다. 그런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독서모임’ 선정 도서였기 때문이었어요.
장사와 관련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바로 ‘글쓰기’ 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던 당시 ‘내 이름 석 자가 쓰인 책을 출간하고 싶다’라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던 중이었습니다.나름 열심히 쓴 글을 투고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런 식이었죠
‘옥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저희 출판사에서는 출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300통이 넘는 투고메일을 보냈는데 매번 거절메일을 받다 보니 ‘아, 아무래도 책 쓰기는 아직 이른 것 같아’라고 생각한 저에게 장사의 신의 이 문장이 제 마음을 다시 움직였어요.
실무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배워 가면 되는 거야. 그보다 나는 '점장이 되고 싶다'라고 손을 든 아이들은 그 자체에 뭔가의 비전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우노다카시는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독립'시켜 자기만의 가게를 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그중에 점장의 역할을 경험해 보는 것은 독립의 첫 단계라고 할 만큼 중요합니다. 이 중요한 자리에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노다카시는 ’하겠다고 손을 든 사람‘을 시켜준다는 것이지요. 그 자체에 비전이 있는 거라면서 말이에요.
이 문장을 읽은 순간, 저는 거절로 인해 좌절된 마음속에 다시 불씨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 책을 쓰고 싶다는 그 마음!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을 출간하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에 비전이 있을 거야!'하고 말이죠.
하지만 마음만으로 일이 풀린다면 진작에 출간계약을 했었겠죠. 마음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난 다음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잘 되는 가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 그걸 찾아낼 수 없다면 잘 되는 가게의 경영자도 될 수 없지.
즉, 잘 팔리는 책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으로 저에게 와닿았고 저는 강남에 있는 교보문고 에세이코너에 꽂힌 책을 모두 살펴봅니다. 어떤 책이 있는지, 어떤 출판사가 있는지, 어떤 책이 잘 팔렸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을 한 것이지요. 이렇게 분석을 하다 보니 제가 놓친 것이 명확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애지중지했던 초고는 일기 같은 글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어요.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것처럼, 책 또한 읽는 독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 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얘기만 쓸 수는 없었어요. 그 안에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야 했죠. 결국, 책을 쓴다는 것은 교집합을 찾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세상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교집합 말이죠.
하지만 이 교집합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다시 기획을 바꿔 투고했지만 여전히 거절 메일이 이어졌죠. 끊임없이 기획을 바꾸고 투고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한 출판사와 연이 닿아 출간을 할 수 있었어요. 출간계약을 하기까지 제가 투고한 메일은 약 900통이었습니다.약 300개의 출판사에 세 번 기획을 바꿔 투고를 했거든요.
누군가는 그런 저를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나현 씨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이루어지는구나”하고 말이에요.그러면 저는 답해요. “감사해요. 그런데 저도 포기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해 본 거죠. 그렇게 시작했다가 좌절했다가 잠시 쉬어갔다가 다시 시작해 보고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 보기에는 포기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 간단하지만 따뜻한 접객 그게 중요하다고!
책을 출간하는 과정도 똑같았어요. 기획도 중요하고, 글을 얼마나 잘 쓰는가도 중요하지만 제가 시작부터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엄마 되는 일이 힘들었던, 나와 같은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덤덤하게 풀어냈더니 결국, 내 이름이 적힌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었어요.
책을 쓰고, 엄마들을 만나 저자강연을 할 때마다 떠올립니다. '나는 어떤 따뜻한 접객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장사꾼일지 모릅니다. 내가 세상에 팔고 싶은 것은 모두 각자 다르겠지만요. 그 과정에서 꽉 막혀 무언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못 해 먹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장사의 신을 추천합니다. 마음속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살려줄 문장을, 지금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문장을 꼭 만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