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돈 공부 하게 만든 책 한 권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by 김나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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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책 속 문장

#1.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삶, 가능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생활비로 산다면? 우리가 모은 돈으로 어느 정도 살 만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좋고, 못 벌어도 모은 돈이 있으니 괜찮겠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에는 꿈이 참 많았다. 커가면서 "좋은 학교에 가서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해야지"가 인생의 목표처럼 되어버렸고, 회사에서 10여 년 세월을 보내면서 난 어느덧 회사 일 말고는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2. 결국은 내가 선택하는 거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면서, 아이도 역시 같은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면 계속해서 열심히 일하는 삶을 살아가면 된다. 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모두를 존경한다. 직장인은 영혼을 팔아서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직장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수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의문이 들었다. 경제적 여유를 위해 삶의 여유를 포기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하고. 우리는 오랜 고민 끝에 삶의 여유를 '선택'했을 뿐이다.

#3.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할까?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어려울 것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적당한 돈벌이를 한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 해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직업에 대한 편견만 버린다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이 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이제 하기 싫은 일은 더 이상 안 할 거다. 나 혼자서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천천히 해볼 생각이다.

#4. 은퇴는 프리선언!

우리는 은퇴 후에 쓸 최소한의 생활비를 모으고 은퇴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은퇴 목표까지는 아직 몇 년이 남아 있으니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이 조금은 뜬금없을지라도 그냥 한번 해보는 것이다. 은퇴는 우리 인생의 프리 선언이었다.



돈에 미치지 않았지만, 돈에 관심 없었던 나

살면서 돈을 공부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저 월급을 받아서 차곡차곡 저축하면 그걸로 족했다. 돈을 공부하는 것보다 다른 게 훨씬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주식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을 때, '아니, 할 일도 많은데 돈 공부까지 하라고?'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러다 2022년 어느 날, 월급 외의 돈이 들어온 달에 '뭐가 좋다는지 들어보고 한 번 사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유튜브를 보고 QQQ와 IVV를 한 주씩 샀다. 두 종목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ETF이기도 했지만 한 주당 가격이 높아서 거래를 여러 번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주가가 우상향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사서 쭉 묻어두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샀다.


그리고 진짜 몇 년 동안 그대로 묻어만 두었다. 어느 날, 휴대폰 앱을 정리하다가 '아! 맞다! 나 주식 사둔 게 있는데?' 하고 몇 년 만에 확인했다. 세상에, 엄청 올라 있었다. 몇 종목의 주가 수익률이 80%를 넘어가면서 처음 샀던 가격의 거의 2배가 되어 있었다. '그냥 가만히 놔두었는데 돈이 이렇게 생긴다니!' 돈이 돈을 굴러가게 만들라는 말을 실제 경험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르는 걸 보고 나서도 딱히 주식이나 돈을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와. 진짜 이게 되는구나! 신기하네!' 하고 끝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돈이 불어나는 걸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라고 물었는데, 정말 그랬다. 그냥 운이 좋았나 보다 생각하고 그 뒤로도 계속 묻어만 두었다. '돈 공부 할 시간에 차라리 배우고 익히면서 내 몸값을 올리면 그게 재테크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 권의 책이 바꾼 생각의 방향

누군가는 돈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돈에 미친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는 돈에 미친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돈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빌린 책 한 권이 내 마음을 완전히 바꾸었다. '돈 관심 없어'에서 '돈 공부해 보고 싶다!'로 말이다.


이 책을 빌리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그날따라 평소 가지 않던 새로운 도서관을 갔다. 자녀 교육서 코너에서 책을 살펴보다가 바로 옆에 있던 경제 코너로 우연히 넘어가게 되었다. 평소 퇴사나 은퇴에 관한 책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부부가 함께'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서 우연히 빌리게 되었다. 빌린 책은 바로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였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사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주었다. 아이를 낳고 5년이라는 긴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내 삶의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이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글을 쓰고, 자기 계발을 하고, 출간을 위해 노력했던 일들은 '나는 성장하는 과정이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경험적 결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처음부터 아니었을지,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성장'이 아닌 '자유'

확실한 것은 그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활동들, 예를 들어 브런치에 발리 여행기를 연재한 것, 장자 필사, 상담 등을 겪으면서 내가 '옳다', '맞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흔들렸고,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를 읽으면서 그 흔들림이 완전히 깨졌다는 것이다. 이후 새로운 관점으로 내 삶을 바라보게 되었고, 뿌연 유리창이 깨지면서 안개가 걷힌 듯 시야가 맑아지고 비로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마음이 편해졌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해오던 행위들이 '성장'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자유'를 갈망하고 있던 것이었다. 학교에 소속되어 있지만, 학교 밖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 강연을 시작하고 출간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 가족 안에서 어떤 역할이 주어질수록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버둥거렸다.


정말 신기한 것은, '나는 자유를 꿈꾸는 사람이었구나'라고 관점이 바뀌고 나서 내 삶을 보니까, 학교가 주는 소속감이 오히려 나를 더 자유롭게 하고, 가족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 '나는 이기적이고, 모성애가 없는 사람인가 봐'라고 느꼈던 죄책감과 억울함, 화가 사라지고 이제는 가족 안에서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엄마'이지만, 나도 이렇게 살아볼 수 있을까?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서핑을 하러 갔다가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두 아이를 맞이하고
함께 오후 시간을 보내는 삶.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보는 삶.
그런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매일 생활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면 말이야!
어쩌면 내가 바라던 삶은 이런 삶 아니었을까?



이 책이 내가 예전에는 등한시했던 돈 공부를 '아,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의 삶이 '자유'를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이 내가 바라왔던 모습이라는 것을 거울처럼 볼 수 있었다. 삶이 만들어준 책 한 권과의 우연한 만남, 그 순간에 미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항해 중 바람의 방향이 살짝 달라진 기분. 그 바람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매일 생활비가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어 둔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콩닥콩닥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상상만 해도 입가에 흐뭇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우선 연금부터 공부해 볼까?' 이 책에도 연금 구하는 식이나 계산법들이 나와있었지만 금융문맹이었던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조금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연금에 대해 설명한 책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