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펙'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빛쓰다 여름 모임 in 바밤바 하우스

by 김나현 작가

"삐삐삐삐 ㅡ "

이른 새벽에 휴대폰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지?' 놀라 휴대폰을 보니 비가 많이 올 예정이라 조심하라는 재난경보 문자였다.

'아, 어쩌나, 마중물 작가님 아지트 바밤바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하필 모임일에 이렇게 비가 많이 올게 뭐람....,'

우리가 모이는 날만 우중충한 하늘과 비소식이 꽉 차있었다.

'우리 만나는 날, 비소식이 있는데 모여도 괜찮을까요?'

비가 올까 걱정하는 내게 마중물님은 '비가 와도 실내에서 먹고 야외에서 굽고 하면 돼요. 그 많고 많은 날 중에 우리가 딱 만나는 날! 비가 오네요. 작가님들 감수성 충전하라고 그런가봅니다'. 라고 답글을 남기셨다. 이 한마디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평소 마중물님의 글을 읽다보면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었다.



다음날 아침, 신기하게도 하늘이 맑게 개었다.

'이대로 쭉 비가 그치면 좋을 텐데.' 나의 바람이 닿았을까, 날이 조금씩 맑아졌다. 온종일 비가 내릴거라던 휴대폰 속 일기예보에는 어느새 비구름이 사라지고, 구름 사이 빼꼼 해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날씨였다. 오늘은 만나 어떤 삶을 나누게 될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각지에서 모인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주방을 사수하고, 그릇을 나르고, 수저를 놓았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되었다. 너의 일과 나의 일 구분 없었지만, 모든것이 꼭 미리 정해진 것 처럼 흘러갔다. 어느 누가 모임을 이끌어 가려 애쓰는 사람이 없는데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우리는 먹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살아온 삶을 나누었다. (모임 장소를 마련해주신, 마중물님 부부의 애씀과, 모든 작가님들의 배려 덕분이었을 것이다.)

지난 겨울에 만나고, 거의 반년만에 만나는 우리. 오랜만에 만났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낯설지 않았다. 매일 글이라는 창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본 시간 덕분이었다. 직접 만나는 것은 오랜만이지만, 우리는 이미 서로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기에 어색함이 없었다.




처음 '빛쓰다' 모임을 만든 이유는, 꾸준히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었다. 이왕이면 글을 써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커다란 모임으로 만들고 싶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모객에 애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아등바등 무언가 되려고 하면 할 수록 처음 맑았던 마음은 탁해졌고, 결과를 만들어 내려는 버둥거림에 시야가 흐려졌다.


이날,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꿈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기넘치는 반짝임이었다. 그렇게 흐릿했던 시야가 꿈을 품은 이들의 눈빛으로 차분하게 밝아졌다.

진정한 스펙은 거창한 결과물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한 줄기 빛과 같다. 그 한줄기 빛이 내 삶의 빛깔을 빚어낸다. 환한 태양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은은하게 삶을 감싸는 한 줌의 별빛 말이다. 그 빛 한 줌만 있어도 우리는 단단하게 두 발을 땅에 디딜 수 있다. 허공에서 허우적대던 발길질을 멈추고 땅에 맨발이 닿는 순간, 삶에 편안함과 자유, 그리고 안정감이 차오른다.


서로의 아늑한 울타리 안에서 잠시 쉬어갈 지언정, 멈춤없이 꾸준히 글을 써 왔다. '꾸준히 함께 글을 쓸 글벗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이미 이루어졌다.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은 글벗들.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각자의 빛깔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진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저녁을 먹고 모닥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자신의 삶의 자리로 돌아갔다. 차곡차곡 쌓은 '진짜 스펙'을 나눌 다음 겨울 모임을 기약하며!





((❤))

https://m.blog.naver.com/oh-mymind/224009689647

https://m.blog.naver.com/happyriy/224007958825

https://m.blog.naver.com/tigereao62/224006868649

https://m.blog.naver.com/1234dramatic/224007274936


매거진의 이전글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