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이베리 Mar 04. 2021

이럴줄은 몰랐어

빛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어느 고층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늦은 시각에 좀처럼 찾기 힘든

좋은 안식처를 찾았다

때아닌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

인간들이 뭐라 뭐라 중얼거리더니

내가 있던 자리가 어두워졌다

다행히 근처에 다른 빛이 있길래

잽싸게 자리를 옮긴다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이곳의 빛마저도 완전히 꺼져버렸다

사방이 온통 어둠뿐이다

저 멀리 보이는 어스름한 빛을 찾아

부단히 날갯짓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열심히 가고 있는데 제자리다

무엇인가에 막혀 갈 수가 없다

빛이 보이는데 나아갈 수가 없다


내일 아침이면 차가운 바닥에 떨어져

어느 작고 하얀 강아지의 호기심을 사겠지

그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휘날리겠지

다음 생을 꿈꾸겠지


이럴줄은 몰랐어

정말로 몰랐었어





작가의 이전글 사색이 필요한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