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줄은 몰랐어
빛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어느 고층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늦은 시각에 좀처럼 찾기 힘든
좋은 안식처를 찾았다
때아닌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
인간들이 뭐라 뭐라 중얼거리더니
내가 있던 자리가 어두워졌다
다행히 근처에 다른 빛이 있길래
잽싸게 자리를 옮긴다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이곳의 빛마저도 완전히 꺼져버렸다
사방이 온통 어둠뿐이다
저 멀리 보이는 어스름한 빛을 찾아
부단히 날갯짓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열심히 가고 있는데 제자리다
무엇인가에 막혀 갈 수가 없다
빛이 보이는데 나아갈 수가 없다
내일 아침이면 차가운 바닥에 떨어져
어느 작고 하얀 강아지의 호기심을 사겠지
그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휘날리겠지
다음 생을 꿈꾸겠지
이럴줄은 몰랐어
정말로 몰랐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