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불안
어차피 하는 일 재밌게 하고 싶어
90년생이 온다의 90년생이, 서른이 넘었다.
지난주 #마흔의공포 이어, 이번주는 유독 #서른의불안 마주한 분들을 많이 뵙게 되는 한주.
"이러다가 도태되는건 아닐까요?"
요즘 만난 90년대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
그나마 밀레니얼의 초입에 있는 분들이 성장하는 조직과 사회를 보기라도 했다면, 90년대생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더 성장을 고민하고, 갈급하며, 도태되는 것 아닐까 걱정한다.
그들이 재태크 강의에 열을 올리고 어떻게든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는, 지금 누리지 못하는 '안정'을 다른 측면에서 추구하려는 욕구 때문 아닐까. 결혼은 아직 잘 모르겠고 할 생각도 크게 없으니 '혼자' 우아하게 나이들려면, 회사에서 보는 옆자리 관리자처럼 억지로 버티지 않으려면, 결국 내가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 알아차린 현실.
(나는 솔직히 이런 강의나 거기에 몰리는 분들을 볼때마다, 돈이 그렇게 쉽게 벌리는게 아니라고.., 사기치지 말고/ 속지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90년대생들이, #이상과현실의갭차이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세대라고도 생각한다. 어느때보다 풍족하게 자라났다는 그들은 정작 어느때보다 취업이 빡센 시대를 마주했다. (예전과 다른 차원의 취업의 빡심은 5~6년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저성장의 늪을 헤매며 기업들은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거나 수시 채용으로 바꾸고, 어쨋든 이런 바늘 구멍을 뚫고 들어간 회사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들이 생각한 이상과 너무나 달랐던 것.
어제 만난 A는 몇번의 시험을 거쳐 타인의 시선에서 매우 안전해보이는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그렇게 들어가 신입때 맡은 일은 1년 내내 회사 내 그림 관리(!)와 연말 다이어리 만들기. 왜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공부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QA부서에서 일하는 B는, 이런 품질로 나가면 사고가 날게 뻔한데 일단 내보내는 회사가 불안해져 나를 찾아왔다. 적당히 현실에 타협하더라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한편으로는 '정답과 효율'에 익숙해진 세대라는 생각. 인강과 사교육에 단련된 이들은, 2배속 3배속을 하며 내가 원하는 정답, 그것을 빨리 맞추는 효율에 길들여졌고 '생각할 시간' 같은건 없었다. 그랬다간 경쟁에서 밀려 그럴수도 없었겠지. 그런데 사회에서는 '정답'을 빨리 찾기도, 내가 생각하는 정답에 빨리 가기도 어려운 현실. 그런 와중에 SNS로 보이는 세상 속 남들은 다 화려하게 살고 있는 것만 같으니 더 속이 복작거리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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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제가 이들을 만나며 느껴오고 있는 것은,
이들은 #피드백, 좋은 선배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각자 도생의 시대, 현실 선배를 찾기 어려워 선배가 되는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
내가 잘하면 왜 잘했는지, 못하면 왜 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자주 (인사고과 시즌 말고) 피드백 받고 싶어하고,
이 일이 자신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하며,
회사에서 당장 어떻게 해줄수는 없어도 회사 역시 노력하고 있다는 #투명한신호 받길 원하며,
약간 왜곡된 공정성이 일부 보이지만, 그 공정성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세대 같아요.
물론 90년대생들도,
회사는 애정없이 그냥 대충 다니고,
(얼마전 C패션 회사의 부장님은, 아무도 패션 잡지도 읽지 않고 일을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없어 그게 너무 힘들다고)
왜 해야하는지 생각해보려 하지 않고 누군가 알려주길, 숟가락으로 다 떠먹여주길 기다리고 있다거나,
'이건 제가 할일이 아닌데요-'하며 일을 쳐내고,
'내가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 니들이 뭔데 나한테 이런 일을 시켜'의 마인드거나,
당장 보이는 눈 앞의 기회만 짧게 본다면,
자신한테 남는게 하나도 없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