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내 것'을 만들어 갑니다
입사 1주년이 되는 날, '딴짓'을 결심했다. 직장 자체도 인생의 큰 숙제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회사 밖에서 딴짓을 결심한 건, 온전한 내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주체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해 스타트업을 고집하며, 신입이지만 주도적으로 업무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갔다. 회사의 자본과 개인의 노동력이 만나 우리의 것을 만들어 가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짜릿했다. 어쩔 땐 회사에 너무 가고 싶어 주말이 빨리 가길 바랐을 정도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다른 자아가 필요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즐겁고 좋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직장에서 성과를 내도 완벽한 내 것이라 하기 어려웠고, 회사와 집을 반복하다 보니 진짜 내가 설 자리가 비좁아졌다. 넷플릭스 보면서 흘러 보내는 시간을 진짜 나라고 하긴 어려웠으니 말이다. 어디에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하지만 당최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루틴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출근 전후로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짜고, 투두 앱으로 매일 체크를 했다. 출근 전 운동을 하고, 출퇴근 시간에는 책을 읽고, 저녁 시간에는 중국어나 영어 공부를 했다. 이외에도 회사 업무와 관련된 이슈를 모으는 영감 계정을 만들고, 평일에 하루는 독서모임에 나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눴다. 한 잡지사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세상에 6권 밖에 없는 작은 에세이집도 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완벽한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이렇게 2년을 해왔다. 신기하게도 그 결과 소소하지만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나를 위해 기록하던 영감 계정은 팔로워 1000명이 넘었고, 블로그 규모도 조금씩 커져 호스트로서 유료 독서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한 딴짓과 기록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된 것이다. 평일과 주말을 모두 사랑할 수 있는 여유는 덤으로 얻었다. 모두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덕이다.
모든 경험은 지난 뒤에 재해석된다고 한다. 나도 지금에서야 이 과정들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바로 '작전명 딴짓'. 이름하여 나를 지키기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들이다. 그간의 과정들과 앞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을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