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로진 Feb 03. 2020

나는 오늘 죽지 않겠다

조던 피터슨의 이긴 바닷가재처럼

 

나는 오늘, 자살하지 않겠다. 삶은 힘들다. 하루하루 버겁다. 삶은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멈추는 자전거다. 페달을 멈추고 싶을 때마다 비전祕傳을 펼쳐 든다. 인류의 스승들이 이야기한다. “삶은 고해다” 상어가 득실거리고 우리 육신은 상처받았다. 먹힐 것인가, 헤엄칠 것인가. 섬은 보이지 않는다. 피 냄새 맡은 백상아리가 다가온다. 상어를 물리치는 방법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주둥이를 주먹으로 힘껏 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번에 물린다. 펀치는 한 방이어야 한다. 순간은 그때뿐이어야 한다. 힘은 찰나에 발휘 되어야 한다.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의 절필 소식이 들린다. 문학상 운영에 얽힌 잘못된 관행과 불공정에 대해 “항의할 방법은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뿐”이라며 작가로서 작품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그의 고민에 공감하고 그의 선택을 지지한다. 다만, 작가가 글을 쓰지 않겠다는 것은 정신의 자살인데 앞으로 그가 어떻게 버텨나갈 것인지 걱정된다. 그만큼 힘겨운 투쟁의 방법이었으리라. 그의 앞날에 마음의 평화가 있기를.    

 

중년의 프리 작가-내놓을만한 베스트셀러 하나 없는 남자는 오늘도 절필 선언을 못했다. 그에게는 쓰면서 싸우는 방법, 그 수 하나뿐이다. 많이 절망했고 수도 없이 포기했다. 자기를 찾아 숲으로 가고 싶었고 진리를 구해 산으로 숨고 싶었다. 자연에서 태어났으므로 스스로 자연인임을 선언하고 싶었다. 자업자득이 발목을 잡았다. 남자는 아이를 늦게 봤고 아이는 여전히 학교를 다닌다.      


패배한 바닷가재는 이상행동을 한다. 기가 죽고 몸집이 작아지고 움직임도 적어진다. ‘나는 루저’라고 집게발에 써 놓고 다닌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쓴 조던 피터슨에 의하면 첫 번째 인생 법칙이 “어깨 펴고 당당히 걷는 것”이다. 안 그러면 타인이 나를 루저 바닷가재로 볼 가능성이 크다. 바닷가재는 3억 5천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다. 3억 년 넘는 자연계의 서열은 인간계에도 본능처럼 박혀 있어서, 패배자는 더 패배하고 승리자는 더 승리한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죽지 않겠다. 어깨를 펴겠다. 당당히 걷겠다. 붓을 꺾지 않고 이기기 위해 쓰련다. 그동안 많이 져 봤으므로 오늘은 지지 않겠다. 오늘 하루는 이긴 바닷가재처럼 살겠다. 더 많은 암컷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되고 안락한 은신처를 얻고 경쟁하려는 수컷들을 제압하려는 녀석처럼 굴겠다. 집게발을 높이 들고 오늘 하루만, 이렇게 살겠다. 운명아, 절망이나 패배는 내일로 미루어다오.                


작가의 이전글 아래 위로 잡혀 먹는 날치...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