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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 Jun 15. 2023

16주 하고 6일

D-162

엄마수첩


7주차에 들어서서야 나도 엄마수첩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마크가 크게 박혀 나오는 핑크색 두툼한 다이어리. 예쁜 다이어리를 구매할까 싶다가도 이것 또한 추억이자 기록 같아 그대로 두었다. 금요일에 방문한 거라 남편은 월차를 내고 내 순서를 한참 기다렸다. 미리 안내받은 간호사의 말, “오늘 아기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살짝 기대감이 생겼다. 남편보다 미리 들어가서 팬티를 벗고 펄럭이는 시장치마를 입은 뒤 침대에 누웠다. 의사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뒤 남편이 들어왔고 초음파는 시작되었다. 


두군두군두군두군 두군두군두구둔 - 


아기의 심장소리는 말발굽처럼 두두두두! 다다다다! 같은 빠른템포의 소리다. 공간을 메우는 큰 심장소리가 또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원래 눈물없기로 소문난 T-사람인데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막상 심장소리를 들었더니 북받쳐 오르는 마음에 숨이 막혔다. 이래서 다들 첫 심장소리 이야기를 하구나! 정말 공감이 된다. 몇 분간 소리를 듣고 나서는 뚝 하고 소리가 꺼졌다. 간단하게 양수, 아기집 정도의 설명을 듣고 다음내원 날을 정한 뒤 병원에서 나왔다. 


내 품에는 아기집사진이 담긴 핑크색 엄마 수첩이 있다. 병원에서 다들 들고 다니던데 나도 들고 다니게 되다니 비로소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병원은 기다린 만큼 진료시간이 갈진 않지만 기다리는 게 하나도 안 힘들다. 첫 엄마수첩의 페이지를 장식한 오늘, 다음번엔 어떤 사진으로 아기를 볼 수 있을지 너무 궁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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