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결혼했어요.
아침의 햇살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에는 늘 따가운 햇살과 눈부신 빛을 방안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못해 과했다. 그런데 이후의 아침 햇살은 병든 닭처럼 비실 비실거린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아서 심지어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아침의 햇살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은 일찍 나온 탓에 여유가 생기니 회사 앞 빵집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결제를 하는데 아주머니가 혹시 어제 빵 사가신 분 아니냐며 물어왔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을 기억해주는 게 하도 고마워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 어제 결제를 잘못해갔다는 게다. 카드 결제 문자를 그제야 확인해보니 어제 결제 금액에서 자그마치 '0' 이 하나가 더 붙어 있는 게 아닌가. 미안하다며 취소하고 재결제를 해주셨다.
사무실에 들어와 다시 보니 뭔가 이상타. 아무리 보아도 하나가 또 오버 결제된 게 아닌가. 이상하단 생각에 다시 빵집으로 가니 아주머니가 기다렸다는 듯 "또 카드결제가 잘못 나갔죠?" 하시는 게다. 일부러 그러셨나?
"저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셨나 봐요?"라고 지나가듯 물으니
"네 그랬어요."라며 재결제를 해주셨다.
이쯤 되면 미안해서라도 빵 하나쯤은 주실 줄 알았는데 그딴 건 없다. 아서라. 그런 공짜심리 자꾸 상상하면 머리카락 빠질라 그딴 생각 꽁꽁 숨겨라.
그래도 이런 번거로움을 만나게 되면 대개는 다시 이용할 마음이 사라지는 게 당연한데 빵맛이 좋다 보니 오후의 간식거리로 먹을 빵 하나를 더 샀다. 프랜차이즈는 대체로 체인점에 따라 맛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변의 체인점을 잘 만나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도 이 빵집은 다행이다. 빵맛이 좋아서. 카드결제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맛이 좋으면 용서가 되지 않나.
빵맛이 좋아서 용서가 된 것일까 아니면 고객이 너무 착해 빠져서 그런 것일까? 나 좀 착하긴 하잖아.
그런 상황을 별말 없이 지나간 것에 대해 누군가는 빵집 아주머니가 좀 이뻐서 그런 거 아니었냐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팩트를 말하자면 내 스타일은 아니다. 그냥 내가 착해 빠졌다.
아니면 그 아주머니가 정말 나를 마음에 들어하셨나?
저 이러시면 곤란해요. 저 결혼했어요.
ㅡ..ㅡ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