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와서 요가를 시작했다. 이 섬과 요가는 퍽이나 잘 어울려서, 꾸준한 운동을 못하는 나조차 요가원에 가게 만들었다. 제주의 요가원에서 여자들은 아무도 레깅스를 입지 않는다. 헐렁하고 펑퍼짐한 편한 요가 바지를 입는다. 안도감을 느꼈다.
요가 수련은 이른 아침에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아침 7시에 요가원을 간다. 서울에서는 죽어도 일어나지지 않던 시간인데 제주에서는 잘만 일어나고 있다.
요가에서는 힘을 빼는 연습을 계속한다. 무작정 힘을 주기보다 힘을 빼면 동작인 물흐르듯 이어질 때가 많다. 요가를 할 때는 생각이 몸으로 나타난다. 잡념이 많으면 동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하루는 선생님과 일대일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날은 아무런 생각없이 요가 그 자체에만 엄청나게 몰입했던 적이 있다. 몰입의 경험은 다시 생각해도 소름돋게 짜릿하다. 그 순간 세상엔 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날은 이런 저런 잡생각이 많이 들어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놀랍게도 선생님은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또 다른 날에는 동작을 하는 내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유를 찾으려 애를 썼지만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내 안에 어떤 서러움이 터질 것만 같았다.
동작과 동작 숨과 숨에 집중하며 마지막 사바아사나를 향해 나아간다. 온 몸에 힘을 풀고 가만히 땅에 등을 대고 눕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생각에 생각에 꼬리를 물 때에도 결국은 텅 빈 무(無)로 향한다. 사바아사나는 송장자세다.
사바아사나를 할 때면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 고된 수련이 삶이라면 사바아사나는 죽음이다. 죽음 안에서 나는 평온해진다. 온 몸에 긴장이 풀리고, 영원해도 좋을 것만 같은 쉼을 만끽한다. 역동적이고 청량한 에너지로 가득했던 나의 삶은 지나갈 것이고, 나는 영원한 안식에 머물 것이다. 나는 그 안식을 위해 달려가고 마지막 사바아사나 안에서 평안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