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기기 아쉬운 책이 있다. 한 문단을 넘기지 못해 밑줄을 치고 필사를 한다.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은 구절이 코스요리처럼 쉼 없이 차려져 있다. 이런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마치 우연한 기회로 나와 생각이 너무 잘 맞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 '이 사람은 내가 평생 보겠구나' 하는 것처럼 '이 책은 내 책장의 명당에 자리하겠구나' 하는 운명적 예감마저 든다. 평소 마음에 들었던 카페를 찾아가 넉넉한 시간을 확보한 뒤에 책을 편다. 친구와의 헤어짐이 두려운 것처럼, 문장마다 경이로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