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영원한 시간 속의 삶을 떠다니느니 나의 중요함을 느끼고 싶어
내 무게를 느끼고 현재를 느끼고 싶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지금'이란 말을 하고 싶어
지금, 바로 지금. 영원이란 말은 싫어"
영화를 좋아하게 한 여러 작품 중 하나.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한 '베를린 천사의 시'. 그중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대사. 영원을 사는 천사가 '지금', '현재'라는 말을 소중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소중함에 대해 역설한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들도 바로 '지금'에 대한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데 말이다.
영원이라는 말은 참 매력적이다.
철학적인 의미로 영원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은 한없는 시간의 지속(持續)'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또 시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은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지 않다.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더디 간다고 한다. 시간은 파도와 같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지금은 말하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된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그 지금을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이 더 오래 느낄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사랑', '행복',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렇다면 좋겠지만, 일단 시간은 돈 많은 사람들 편이 확실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가장 아까워하는 출퇴근 등 이동 시간을 보자. 부자들은 이동하는 와중에도 대형 세단 뒷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시간을 활용할 사용할 수 있다. 자가용 비행기로 시간을 더 아낄 수도 있다. 집안 살림에 들이는 시간도 충분히 돈으로 살 수 있다. 그 외에도 돈으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지금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다면 가진 돈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도 있다. 비슷한 의미로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한다면 가진 돈이 부족하지 않은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찌됐건 나는 '지금'을 잡고 싶다. 지금을 더 오래 느끼고 싶다. 영원을 살기 보단 지금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불어오는 바람을 더 오래 느끼고 싶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요즘은 지금, 현재를 느낄 새도 없다. 한 곡의 음악을 들을 때만이라도 다른 모든 것 잊고 가만히 지금을 느꼈으면 좋겠다.
사족. 빔 벤더스는 영화와 동일한 콘셉트로 U2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U2 멤버들이 천사로 등장한다. 이 뮤직 비디오도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다. 곡은 역시나 명곡이다. 천사가 세상에 떨어지면 지금을 더 느끼기 힘들다. 그냥 노숙자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