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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키 Jan 03. 2018

왜 나한테 스웨덴어로 말 걸지?

'외국인'처럼 생겼는데.. 왜 영어로 말해주지 않는거야?

  한국에서와의 학부생활과는 굉장히 다르게 나에게 자유롭게 주어지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전공마다 다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읽어야할 텍스트는 꽤 많지만, 혼자서 해내야 하는 것들이라 정작 학교에 가는 시간은 별로 없다. (도서관은 꽤 자주가지만 이것도 선택사항이니 자유시간이라고 치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리를 익히려, 그리고 마음을 풍족히하고 다양한 문화적 특징들을 보려고 아이쇼핑과 거리구경을 자주 가곤한다.(눈 많이 오기 전에 나가둬야지...) 적당히 길가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목적지없이 여기저기 다니며 어디에 뭐가 있는지 눈과 손과 발에 익힌다.

시내가는 길에 적당히 찍은 사진. 빨노파초가 함께있어서 좋다.

  그리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몰라 사전을 찾고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노라면 직원들이 다가와 아무렇지않게 스웨덴어로 말을 건다. 머뭇머뭇 '어.. 나 스웨덴어 못해..' 라고 이야기하면 그제서야 영어로 '궁금한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라고 다시 이야기해주곤 한다. 마트 계산대에서도 내가 먼저 입을 떼지 않으면 항상 스웨덴어로 '봉투 줄까?' '우리 멤버십 회원이니?' 물어본다. 그럼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것은 '야.. 나 딱 봐도 외국인이잖아.. 영어로 물어봐줘...ㅜㅠㅜㅠ' 라는 문장이었다.

  그렇게 스웨덴 생활 첫 몇주동안 얘네는 왜 날 당황하게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같으면 바로 영어로 말을 거는데... 심지어 명동에서는 나에게도 영어로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했는데(전형적인 '한국인'처럼 안생겼다고 생각하나보다).. 왜 얘네는 자꾸 스웨덴어로 말 걸지?

  짧은 생각에 머물러 있을 즈음, 정말 많은 민족과 인종(이렇게 말하면 틀린 걸 수도 있다. 문화적, 유전적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라 해야하나?)이 함께 사는 나라에서, 대충 겉모습을 보고 스웨덴어가 아닌 영어로 말을 건다는 것은, 이 사람을 '스웨덴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정말 간과하기 쉬운) 차별적인 행동으로 이 사람들의 무의식에 깔려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다시 말해, 이 사람들이 스웨덴어로 말을 건다는 것은 겉모습에 상관 없이 우선 스웨덴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는, 가장 기본적인 평등과 존중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은 '이민자'스웨덴 사람, '그냥' 스웨덴 사람,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도 굉장히 낯설고 차별적인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당황스러운 상황들이었지만 곱씹어보니 작은 행동 하나에서 이 나라 사람들의 의식의 기저에 깔린 평등을 읽을 수 있었고, 왜 명동에서 나에게 영어로 말걸면 기분이 묘했는지 이제는 설명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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