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쌓인 리우, 아쉬움은 남겨두고 떠나왔다.
오늘 리우를 돌아보고 나면 나는 꼬박 이틀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집으로 가야 한다. 안내책자를 봐도 볼 것이 너무 많은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짧고 굵직하게 몇 군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리우'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에 난 예수상밖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바다 위에서 솟아오른듯한 커다란 1개의 바위산인 빵 지 아수까르는 '빵산'이라고 많이 불린다고 하는데 빵산은 들어본 것 같다. 어쨌든 빵 지 아수까르가 보이는 전망대로 올라가는데 오르기 전만 해도 좋았던 날씨가 막상 올라가니 안개가 자욱해서 조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빵산이 드디어 모습을 보였고 빵산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가 있었다. 날씨가 정말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전망대는 조망을 보려고 가는 건데 이렇게 안개가 자욱할 때는 조망이 볼 수가 없다. 빵산을 보려고 왔으니 목표는 달성한 셈이니 굳이 정상까지 갈 필요를 느끼지 않아 케이블카는 타지 않았다.
꼬르꼬바두 언덕! 리우에 도착하는 순간 높은 산을 올려다보면서 누구나 찾게 되는 것. 예수상의 모습이다.
690m 높이의 꼬르꼬바두 언덕 위에 약 38m나 되는 예수상이 십자가 형태로 팔을 벌리고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서있다.
짝퉁 예수상은 보았다. 이제 진짜를 볼 때이다!
꼬르꼬바두언덕은 가파르고 급경사라서 차량을 통제한 체 전용차가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대기하고 있다가 순서가 되어서 전용차량에 몸을 싣고 언덕까지 올라갔다. 언덕을 올라가면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대했지만, 오늘은 날씨가 나를 전혀 도와주질 않는다.
차에 내려 조금 올라가다 보면 예수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그대로 예수상은 안개에 쌓여있었으며 예수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거라도 다행이라고 아쉽지 않다고 하면 절대 거짓말이다. 정말 정말 아쉬웠다. 또 언제 올지 모르는데...
바로 밑에서 보는 예수상은 고개를 완전히 꺾어야 볼 수 있었으며 사진기의 화면으로는 흔히 사진 찍는 포즈로는 예수상을 화면 안에 담을 수는 없었다. 가로로 찍으면 다리가 잘리고, 세로로 찍으면 팔이 잘렸다. 그래서 예수상을 찍는 사람들은 예수상 밑에 깔려있는 매트에 누워 위를 보고 찍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셀카도 안되고 혼자 사진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가 먼저 매트에 누워서 상대 빵을 찍어주면서 나도 찍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
리우 카니발이 열리는 스타디움에 왔다. 화려한 리우 카니발은 리우에서 열리는 삼바축제로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였다.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열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1월 말이라 스타디움만 구경하러 온 것이다. 사진 속의 모습을 상상하고 왔더라면 그냥 실망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다. 이 넓은 곳에 꽉 들어찬 사람들, 환호성, 가슴을 쾅꽝울리는 음악들, 화려한 장식을 한 무희들의 퍼레이드...
대성당 메뜨로뽈리따나는 브라질 성인의 이름을 딴 대성당으로 원뿔형 모양이었다. 겉에서 보기에 "이게 뭐야?" 이랬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하나의 원통형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성당의 모습이 보였다.
남미의 마지막 날, 마지막 코스는 벽화가 있는 작은 골목이었다. 길지도 않고 넓지도 않았던 골목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멋진 사진을 건지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사진이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다음날 나는 남미를 떠나 한국으로 들어오는 여정에 발을 내디뎠다. 초반에는 고산증 때문에 힘들었고, 그 이후에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힘들었다. 그래도 멋진 풍경과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또다시 남미 여행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 잔 한 장 한 장을 들추자니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