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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ug 28. 2019

성스러운 연못 위의 성지, 골든 템플

경솔했던 내가 미안함을 느끼며...

4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도착한 델리의 기차역은 TV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바닥에 주저앉은 많은 사람들 속을 헤집으면서 암리차르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역사에서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노선 쪽으로 캐리어를 끌고 움직이려니 눈앞으로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워메~~ 두 손으로 캐리어를 부여잡고 계단을 오르고 나니 저편으로 또 계단이 보인다.

이것이 계단 지옥이구나... '이래서 저 밑에서부터 인부를 사서 짐을 옮기는구나'... 싶었다.

늦게 후회하면 뭐하나... 지금 인부를 사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줘야 하는데,  고생한 김에 내가 조금만 더 고생하지 뭐...

계단을 다 오르니 '허걱~!!'이제는 내려간다.  

웬 똥고집이었나 싶다.  그냥 인부 살걸...

객차 안에 들어서니 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저녁은 준다고 했으니 무엇을 줄까 기대했는데 음료, 과자, 탈리, 간식, 수프 등... 총 6번 이상의 서비스가 진행되었다.

배가 불렀다. 이렇게 주고도 남나 싶을 정도로 서비스는 계속되었고 나오는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겨야 했다.

오후 5시쯤 출발한 기차는 종착역인 암리차르에 밤 11시가 되어서야 도착을 했다.  


델리의 기차역




시크교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암리차르에서 볼 것은 성스러운 연못 한가운데 서 있는 골든 템플이다.

시크교는 이슬람과 힌두교를 섞고 중세 인도부터 내려오던 많은 악폐습을 거부하는 개혁을 주장하며 생겨난 종교로, 15세기에 창립되었다. 시크교도 특유의 머리 위 둥그렇게 칭칭 두른 터번은 그들의 상징이다. 

밤 11시가 넘어서 도착했으니  다음날 새벽에 골든 템플로 갈 것을 계획하고 바로 숙소로 들어갔는데 몇몇 분들은 그 늦은 밤에 골든 템플을 다녀와서 야경이 멋있었다면서 사진을 공유하신다.

어허~ 이분들 잠도 없구나...

어쨌든 다음날 새벽 6시에 릭샤를 타고 들어간 골든 템플은 정말 크기가 남달랐다.

신발을 벗고 발을 씻으며 머리를 가려야만 입장이 가능한 사원이라 입구에 있는 신발 보관소에 신발을 맞기고 비치되어있는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입장을 하였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다. 연못으로 쓰레기를 투하하는 것도 역시 금지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크게 두 개의 입구가 있었다. 한 곳은 넓고 한 곳은 좁고...

좁은 곳에 줄을 서서 몇 미터를 움직이다가 넓은 곳은 더 빨리 들어갈 수 있을 거란 잔머리에 나는 옆의 넓은 곳에서 다시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에 열댓 명의 사람들이 바닥을 닦으며 수행을 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수행하면서 움직이는 분들을 볼 수 있는 건 여행자로서는 좋은 기회이지만, 수행하는 사람들을 바로 뒤에 쫓아자니 줄어들지 않는 줄이 몹시 짜증스러워 옆사람과 얘기도 하게 되었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사진도 찍게 되었다. 그러는 나를 옆에 있던 현지 여자분이 화를 내면서 뭐라고 하였다. 말이 너무 빨라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현재 내가 했던 행동이 무례하다고 꾸짖는 듯했다. 아차 싶었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수행 중인 시크교도들


이들한테는 소중하고 신성한 시간과 장소일 텐데 나는 너무나도 안일하고 너무나도 관광객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는 그 이후로는 정말 착한 관광객이 되어 사원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원 안에서는 사람들이 실제 악기를 연주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경건하여 가져 간 적은 금액의 루피를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조아리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살짝궁 빌었다.

줄이 너무도 길어서 사원을 보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파키스탄으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와서 다른 곳은 미쳐 보지 못했다.

아침 6시가 아니라 새벽 4시에 와야 제대로 볼 수 있고 식당에서 무료로 주는 아침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식당을 지나치면서 늦게 나온 것을 후회했고 좀 더 여유롭게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골든 템플을 나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파키스탄을 넘어가야 하는데... 파키스탄은 첫날부터 비가 오는구나.


골든 템플의 야경



Golden Temple (Gurdwara)
시크교의 탁월한 순례지로 영어로 황금 사원이라고 불린다. 영적으로 시크교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신사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예배를 위해 매일 성지를 방문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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