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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Feb 03. 2020

평화로운 그 곳은 훈자!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파키스탄 인도 간의 분쟁 지역)에 있는 훈자(HUNZA)는  원래 훈자 왕국이었다.  6,0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에 위치하고 있어 기후는 비교적 온화하고 건조하여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래서 100세가 넘는 주민이 많아 세계 3대 장수마을 중 하나로 뽑힌다. 이곳의 장수 비결은 연구대상이 되었고 동물 실험에 의하면 영국식 식단, 인도식 식단, 훈자식 식단 중 훈자식 식단에서는 암이나 염증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훈자 식단의 주식은 인도에서도 흔하게 먹는 짜파티이며 그 외에 살구, 사과, 오디를 즐겨먹고, 호두를 비롯하여 말린 과일을 즐겨 먹는다. 훈자 마을 사람들은 식단 외에도 훈자 워터가 건강의 비밀이라고 말하곤 한다.

'훈자 워터'... 직접 보기 전 까기는 생수나 약수정도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흙탕물처럼 까만 물...

변기에 물을 내려도... 수도꼭지를 틀면 어김없이 나오면 까만 물을 이들은 훈자 워터라고 부르면서 씻는 것은 물론이고 먹기까지 한다. 이들은 단련되어서 아무렇지도 않고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하지만, 외부인이 마셨다가는 어김없이 배탈이 나며, 흰 옷을 빨았다가는 회색으로 얼룩덜룩해진다.


알리아바드를 출발한 차량이 어느 정도 가다가 강을 건너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 그렇게 20여분을 올라가 카리마바드(Karimabad)의 Hunza Embassy Hotel에 도착했다.

하늘은 훈자라고 했더랬다.  그 말에 하늘을 쳐다본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과 설산 등이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아래로 향한 길로 가다 보니 좁은 틈으로 계단이 보이고 그 계단을 내려가면 또 계단.. 그런 식으로 몇 번의 계단을 거치니 비로소 작은 마을이 보인다. 지붕 위에서 놀다가 우리를 쳐다보는 어린아이들의 눈길과 인사하는 목소리를 듣고 나온 여성들... 서로가 멋쩍지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가져간 사탕을 건네본다. 아이들은 사탕을 들고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자니 20대 초반 정도의 여성들이 나와서 자기네 살구를 먹어보라고 살구를 건넨다. 순수한 마음은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살구를 받아 들면서도 머릿속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머, 너무 순수한데?? 이런 것도 주다니..'


'설마, 그냥 줄라고?  아마 돈 달라고 할 거야..."


사실은 그래서 잘 즐기지 못했다.  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자신들의 살구나무에서 살구를 따서 먹어보라고 건넨 것이라는 걸 떠나는 순간에야 알 수 있었다. 이런 멍청이...


살구를 건네는 소녀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아이들


마을을 벗어나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차를 타고 왔을 때 보았던 다리까지 내려와 버렸다. 지나가는 차들이 올라가는 길을 따라 꼬불꼬불한 곳을 눈으로 짚으며 거슬러 올라가니 거의 산 중턱에 있는 나의 호텔.. 내려올 때는 몰랐는데 올라갈 생각을 하니 아득하여 다리에 걸터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올라가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움직였으나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힘들었다. 그때 우리 옆을 털털 거리면서 지나가는 트럭을 보고 냅다 세우고 그냥 외쳤다 '제로 포인트!!"

트럭 운전사는 오케이 했고 우리는 좋다고 트럭 뒤에 올라타고는 환호성을 지르면서 출발을 했다.

함께 타고 있던 현지인들도 안 되는 언어로 서로 인사를 하고 서로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아차차차~ 그런데 그때 갑자기 생각나는 것!!  

금액을 흥정을 안 하고 타버린 것이다. 이런 실수가 없다.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버겁다고 생각해서 그냥 덥석 타버렸기 때문에 흥정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제로 포인터에 도착한 트럭은 얼토당토한 높은 금액을 제시했고 우리는 그 앞에서 다 못준다고 실랑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트럭 운전사도 그리 악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약간의 실랑이는 있었지만 우리가 제시한 금액을 받고 순수히 물러나 줬으니 말이다.  마지막에 약간의 마찰은 있었지만 트럭 뒤에 타고 오면서 신나 했던 기분만큼은 상하지 않아 좋았다.



제로 포인트에서 조금 위쪽으로 걸어가면 발팃 포르(Baltit Fort)가 있다. 말이 조금만 올라가면이라고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주저앉기를 몇 번 하고 안 간다 안 간다고 몇 번 소리 질러야 도착할 수 있었다.

좁은 길을 가는 동안 양옆으로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있어서 주저앉는 김에 상점도 구경하고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간신히 도착한 곳에서 나를 맞이 하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멋진 풍경과 티브이에서도 본 멋진 수염의 관리인이었다.  콧수염을 꼬아서 귀에 꽂고 있다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면 수염을 바로 하여 멋진 수염을 보여주는 관리인은 이곳의 마스코트로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는 분이었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이러한 풍경마저도 없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 같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과 그 가운데 흐르는 강,  뒤쪽으로 쫘악 펼쳐져 있는 설산.. 파란 하늘 그리고 떠있는 하얀 구름들... 말이 필요 없다. 직접 봐야 그 느낌이 전달된다니까...

석양 지는 것까지 보고 싶었다. 하늘이 멋지니 노을 또한 멋질 것 같았는데 발팃 포르의 종료시간이 되어 관리인들이 돌아다니면서 나가는 시간이 되었다고 알려주면서 등을 떠밀었다.

어쩔 수 없이 제로 포인트까지 내려와서는 노을이 보일만한 식당에 자리를 잡고 기어이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생각보다는 황홀한 풍경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멋진 노을이었다.

내일은 훈자에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기대가 된다.


발팃 포르에서 보이는 풍경과 멋진 수염의 관리인
발티 포르에서 보이는 풍경과 멋진수염의 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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