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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Sep 25. 2019

하늘은 훈자, 세계의 블랙홀

매력적인 훈자,  기대를 품고 들어가다.

파키스탄 북부지역의 교통 중심지인 길기트에 도착하기까지는 참 힘들었는데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왜 가장 높고 험하다고 하는지를 몸소 깨달았다. 어쨌든 나는 길기트에 도착을 했고 날이 밝았다.

길기트는 말 그대로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훈자, 스카르두, 라왈핀디, 라이 코트 브리지, 라카포시 빙하 등으로 모든 이동이 가능하다. 시간만 있다면 숙소 근처에 상점들이 형성되어있던데 그곳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버스 출발시간이 촉박해서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군데 들린 구두점에서는 파키스탄에서 남자들이 흔히들 신고 다니는 신발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그 가격이 너무도 저렴해서 여자 것도 있으면 사서 신고 다니려 찾아봤으나 수제화는 남성화에 국한되어있었고 여성화는 우리네 시장에서 흔히 보는 슬러퍼 종류만 있었다.

남녀의 차별을 이런 곳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정작 이곳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아침 9시도 채 되지 않았건만 햇살을 쨍하고 하늘은 파랗다. 산과 어우러진 구름은 신선이 그림을 그린 듯하다. 참으로 눈부신 날이다. 이제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훈자로 향할 것이다. 오늘은 어떤 풍경들이 내 눈앞에 펼쳐질까.. 궁금해하면서 버스는 출발했다.


 하늘은 훈자... 세계 3대의 블랙홀! 훈자
어떤 모습일까?... 기대된다..


대상들이 지나다녔다는 GILGIT PUL 로드에 있는 다리에서의 풍경은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강 위에 떠있는 낡은 다리 위로 오토바이며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수염은 턱을 감싸고 있었고 머리에는 이슬람의 페즈 같은 모자를 위에 쓰고 파키스탄의 복장을 하고 걸어 다니고 있었지만, 여자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파노라마처럼 펼쳐있는 산들의 머리 위에는 구름이 감싸고 있었고 그 아래로 길기트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GILGIT PUL 로드에 있는 다리위에서
GILGIT PUL 로드에 있는 다리위에서


다리를 구경하고 나오니 작은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야채와 과일 등 작은 상점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자니 다리 입구에서 어르신들이 서로 모델을 자처하면서 사진을 찍어주고 계신 것이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 나도 그 옆에 털썩 앉아 사진 한 장을 부탁드리니 바로 옆에 앉아계시던 어르신이 내 손을 본인의 어깨에 턱 걸치게 하시고는 샐쭉한 표정으로 모델을 자처하신다. 그 모습에 함께 앉아계신던 분들도 웃고 나도 웃었다.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는 파키스탄, 그리고  아무런 바람 없이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의 순수한 그 모습이 좋다.


내손을 본인 어깨 위에 두르고 샐쭉한 표정의 어르신





'올드 실크로드'라는 팻말을 보고 내렸다. 이곳이 실크로드 길인 것은 알고 있는데  올드 실크로드는 뭔 말일까?

현지 가이드는 가파른 정면의 산 허리에 나있는 칼로 그은듯한 모양을 가리키며 저곳이 사람들이 다녔던 실크로드라고 말했다. 그 말에 다시금 쳐다보면서 사람들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깎아지른 듯한 산 허리의 좁은 도로로 낙타에 많은 짐을 실어 나르는 대상들도 이 길을 지나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다리,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산사태에서 마음 졸이며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나였다면 절대 못했을 일을 그 들이 했기에 그 덕분에 우리가 지금은 편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산 허리에 칼로 그은 듯한 올드 실크 로드




차는 어느덧  라카포시 뷰 포인터인 굴멧(Ghulmet)에 도착했다.

풍경만 보고 훈자로 빨리 가자고 했던 사람들이 그 풍경에 취해서 계곡 옆에서 자리 잡고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고 나는 한가롭게 파라솔 밑에 자리 잡고 구름을 이고 있는 라카포시 설산에서 흘러나오는 계곡을 보면서 짜이 한잔을 들이켰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여행 중 느끼는 작은 호강이다.

버스는 계속해서 달리지만 하늘의 구름은 갈수록 더 멋있어지고 깎아지른 듯한 산과 어우러지는 풍경들은 버스 안에서도 연신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굴멧(Ghulmet)의 라카포시 포인트를 지나 훈자로 가는 길에서 보이는 모습들



훈자는 크게 알리아바드, 카리마바드, 알티트 마을이 있는데 알리아바드는 시장과 상가로 조성되어 있고 카리마바드 가기 전에 들르게 되어있다. 여행자 숙소는 대부분 카리마바드에 있으나 물가가 비싸서 먹을 생수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도착한 알리아바드 상점, 숙소, 식당도 많았지만 오가는 차들도 혼잡했다. 무엇을 먹을까 기웃거리면서 식당을 찾아보다가 아이스크림을 발견했다.

와우~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지만 더 쫀득하고 맛있었다.

가게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자니 현지인들이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파키스탄을 처음 왔을 때는 저런 눈빛이 너무 민망해서 어쩔 줄 몰랐는데 지금은 그렇게 쳐다보는 눈빛도 익숙해져서 인지 아무렇지도 않은 나를 보면 나도 참 대단한 적응력이다 싶다.

물론 한 개 더 먹고 싶었지만, 물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있는 중이라, 아이스크림 큰 거 한 개 먹고 입맛만 다시면서 여기서 그만~

 

알리아바드의 거리풍경과 맛있는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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