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할 때

SNS 중독 초기 증상에 대한 백수의 고찰.

by 하나

최근 내 고민은 자기전 몇 시간 눈뜨자 마자 몇십분씩 SNS에 시간을 빼앗기는 나였다. 시간을 너무 함부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하루를 가만히 꼽아봤더니 무의미하게 휴대폰에 허비하는 시간이 실제로 너무 많았다. 페이스북, 인스타, 유튜브, 브런치, 각종 카페 및 인터넷 커뮤니티, 그리고 나무위키까지! 온갖 앱과 페이지를 여기저기 여러군데 돌아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간은 몇시간씩 훌쩍 지나가버리고 자괴감과 한심함에 치를 떨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뭔가 목적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아니고, 의미없이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것들을 보면서 단편적인 것들에 시간을 낭비하는 내가 한심해서 의지적으로 줄여 보려고 해도 휴대폰에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손이가고 정신을 빼앗기곤 한다. 그러다 갑자기 나 왜이러지? 라는 생각이들었다. 왜 이렇게 까지 SNS에 취하게 된건지, 내게 어떤 결핍이 있는건지 가만히 돌아보며 다른사람이 써놓은 글을 집착적으로 읽는 이유를 간간히 생각해 봤다.


며칠 동안 간간히 생각해 보니 나는 다른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쉬고있는 지금의 내가 고여있는게 두려워서 자꾸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여러 채널을 돌아다니며 집착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쳐보려고 시간을 썼던게 아닐까 하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왕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한거라면 좀 더 생산적인 방법으로 이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결심했고,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왜 읽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던 에세이, 수필, 잡문등을 중심으로. 의지적으로 에세이를 읽어야지, 수필을 읽어야지! 했던게 아니라 내가 끌리는 책들을 보니 대부분 저런 부류의 글이었다. 예전에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책들 과학, 사회, 인문, 철학, 종교등의 주제의 책들만 찾아 읽었는데 이제는 좀 더 편한 글을 찾아 읽고 있다. (소설이나 수필같이 개인의 이야기를 막 풀어놓거나, 뭔가 정보를 얻지 못하는 글을 보는게 싫었다. 특히 자기계발서류...는 더더욱.. 지금도 자기계발서는 싫다.)


우연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달리기에 대해서 하루키가 느낀것, 생각한것 등을 자유롭게 쓴 에세이이다. 그때의 나는 마침 달리기를 해볼까 라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달리기'라는 주제에 대해서 '하루키'라는 사람이 느끼는 생각을 따라가는게 즐거웠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느낀 점을 글로 풀어낸 것을 따라가는게 나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 를 느끼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요즘은 점점 더 잡문 (기사, 논문, 정보지 같이 딱딱한 글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글...?)을 읽는것이 즐거워졌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의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할 떄는 그 주제에 대해서 누군가가 쓴 에세이나, 수필집을 찾아보게 된다. 왜읽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특정한 목적이 없이 그저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글로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내가 풍부해지는 것을 느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나에게 조금은 와닿았다.


최근 읽은 것 중에 가장 좋았던 책은 아래 세권


- 아픔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숨결이 바람이 될 때 - 폴 칼라니티



특히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라는 책은 내게 꽤 깊게 다가왔는데 학자로서의 고민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 커다란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있는 한 사람의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반드시 글로 풀어 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피어오르는 생각이 너무 많아 정리가 어려웠다.


SNS... 정확히는 휴대전화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책을 읽기시작했는데 여전히 자기전, 일어난 직후 SNS 염탐 습관은 남아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쬐금, 아주 쪼오오금 휴대전화에 쏟는 시간이줄어들었고 정말 미미하게나마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난 것과 책읽기의 즐거움에 아주 조금이지만 재미를 느낀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SNS중독 증상에 대한 고찰에서 책 추천으로 마무리하는 이상한 글이 되었지만 지금 내가 풀어내고 싶은 생각이 이렇기때문에 별 수 없지. (아무렇게나 쓰는 글이지만, 그런 글일지라도 글을 맺는건 쉽지 않다는걸 매번 느낀다.)


다음번엔 잡지의 재미에 대해 느낀 점을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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