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왜 좋아했어?

by 하나


자기 전에 남편이랑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하다 잠들곤 하는데, 종종 연애할 때의 이야기를 물어본다. 며칠 전 저녁에는 남편한테 나를 대체 왜 좋아했냐고 물어봤다. 남편이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시절에는 몸과 마음이 모두 다 피폐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외모적으로도 딱히 이성에게 어필할만한 구석이 거의 없었다.(적어도 내 생각은 그랬다.)


그 시절의 나를 만난 내 주변 사람 중에 어느 누구도 내 외모를 지적한 사람은 없었지만, 나 혼자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지냈던 때였다. 아파서 변해버린 내 얼굴은 내 기준에는 다른 사람에게 호감이 갈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그때의 나는 누군가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거나 가까운 사이라면 (나도 뭔지 모르는) 나의 인간적인 매력에 어필되었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남편과는 회사에서 만난 사이다. 더구나 나는 남편의 담당자가 아니었으므로 직접적으로 교류가 대단히 많은 사이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곱씹어보면 그때 딱히 나에 대해서 호감을 가질만한 껀덕지가 전혀 없었는데 몇 개월간 나를 왜 좋아했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가서 물어봤다.


'그때 나는 아파서 얼굴도 이상하게 변했었는데, 내 뭘 보고 나를 좋아했어?'


사실 이렇게 물어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외모에 집착하는 나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입 밖으로 말이 잘 안 나왔다. 근데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그 당시의 나에게 내 얼굴은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상처였으니까. 질문을 하자마자 남편은 냉큼 대답했다.


'응~ 자기는 좋은 사람이니까.'


항상 저렇게 말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착한 사람이라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남편의 이런 칭찬에는 조건이 없다. '이러이러해서' 좋은 사람이고, '이러저러해서' 착한 사람이라는 단서가 없다. 처음에는 이유 없는 칭찬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져서 답답했다. 저런 질문을 할 때마다 남편은 항상 저렇게 두루뭉술하게 대답해서 그냥 둘러댄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에 대해 엄격하고 인색한 나한테 남편의 조건 없는 긍정과 칭찬은 큰 위로였던 것 같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못해서 무너지고 또 무너질 때도 항상 그렇게 나를 일으켜줬다.


자라온 환경을 돌아보면 어떤 조건을 달성했기 때문이 아닌, 아무런 이유도 없고, 조건도 없는 긍정과 칭찬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딱히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인색하셨던 것은 아니지만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지 표현이나 칭찬이 풍부한 부모님이 아니셨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특히 그 누구보다도 나를 긍정할 이유를 찾기 위해 가장 지독하게 근거와 조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기에 저런 무조건적인 응원과 칭찬이 매우 어색했다.


저런 조건없는 칭찬과 응원과 지지를 쏟아 준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존재는 남편이 처음이다. 나를 지나갔던 사람들 중에서도 조건없는 좋은 말들을 해준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유효하지 않았나 보다.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걸 보니.


수시로 자기혐오와 우울에 찌들어서 내 마음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을 때 남편은 항상 아무 조건 없이 쏟아주는 응원과 지지로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절대 나를 보채지 않았다.


남편은 모를 거다. 내가 본인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나한테 본인이 얼마나 큰 사람인지.


남편의 대답을 듣고 괜히 머쓱해서 옛날 내 모습이 얼마나 미웠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니, 하나도 아랑곳 않고 내가 싫어하는 그때의 내 모습도 본인한테는 예뻤다고 말한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지만 3년째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정말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기로 한다.


연애할 때는 남편의 이런 이유 없는 사랑이 민망하고 머쓱했었는데, 이제는 이것도 익숙해졌는지 당연하게 느껴진다. 당연하게 생각지 말아야겠다. 나도 이렇게 남편을 사랑해야겠다. 아무 조건 없이 이뻐하고, 응원하고 칭찬해야지. 좋은 것들을 더 많이 찾아서 이야기해주고, 예쁜 부분을 더 많이 아껴줘서 더 예쁘게 만들어줘야지.



+) 한동안 집에 있던 남편이 일하러 나간 덕분에 혼자 집에 앉아 남편 생각을 하다 생각나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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