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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akonomist May 25. 2018

우버(Uber)의 남녀 임금 격차

긱 이코노미는 평등한 남녀 임금을 실현할 수 있을까

    '프릭코노믹스(Freakonomics)'란 팟캐스트를 즐겨 듣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경제학적 관점으로 쉽게 설명하는 팟캐스트입니다. 최근에 들었던 에피소드 중에 흥미로운 주제가 있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우버(Uber) 운전자 사이 남녀 임금 격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우버를 모르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잠깐 우버가 어떤 회사인지 설명하겠습니다. 우버는 쉽게 말해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플을 통해 운전자와 승객을 매칭 시켜 주죠. 카카오택시와 다른 점이라면 카카오택시는 전문 택시 기사만 운전자로 등록할 수 있지만, 우버는 일반인들이 자기 차량만 있으면 운전자로 등록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의 대표적 회사입니다. 현재 세계 633개 이상 도시에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 (Gig economy):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과연 우버 남녀 운전자 사이에도 임금 격차가 있을지 궁금해 연구를 했습니다. 2016년 기준 평균적으로 미국 남성이 $1을 버는 동안 여성은 $0.89를 벌었습니다. 11% 정도 임금 격차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우버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이 회사가 태생적으로 전통적 직업들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우버는 업무 환경이 굉장히 유연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에 퇴근해야 하는 전통적 직장들과는 달리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건상 일에 전념할 수 없는 여성들도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버는 성차별을 할 수 없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었습니다. 이동을 원하는 승객이 어플을 사용하면 우버 알고리즘이 성별과는 무관하게 랜덤으로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시켜줍니다. 물론 매칭 된 후에는 승객도 운전사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사된 서비스를 취소하면 페널티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여성이라 하여 서비스를 거부할 인센티브가 굉장히 적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우버와 같은 '긱 이코노미'에서는 남녀가 평등한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맞았을까요? 저는 처음 이 질문에 대해 생각했을 때 남녀 임금 격차가 거의 나지 않거나, 만약 차이가 있다면 오히려 여성 평균 임금이 남성보다 높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여성 승객은 여성 운전사를 선호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과는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연구 결과 여성 운전사가 남성 운전사에 비해 시간당 평균 7%를 적게 벌었습니다.  (연구는 2015 -2017년 미국의 180만 명 우버 운전사와 7억 4천만 건의 우버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것입니다.)


    먼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우버 운전사들이 돈을 버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을 원하는 승객이 출발점과 도착점을 우버 어플에 입력합니다. 그러면 어플은 구글맵을 통해 두 지점 사이 거리와 주행 시간을 계산해 요금을 산정합니다. 또 출퇴근 시간대와 같이 수요가 급증하면 요금도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긴 거리를 운전하거나,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손님을 받으면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죠.


    자, 그렇다면 왜 여성 운전사가 남성 운전사보다 더 적은 돈을 벌까요? 연구자들은 세 가지 이유를 찾았습니다.


    첫 번째, 남성과 여성 운전사가 타깃으로 삼는 시간대와 고객이 달랐습니다. 남성 운전사가 여성 운전사에 비해 수요가 많고 대기 시간이 적은 시간대와 장소를 선택해 일했습니다. 예를 들면 남성 운전사들은 금요일 새벽 귀가하려는 술손님을 타깃으로 삼습니다. 그에 비해 여성 운전사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를 선호했습니다. 이 요인은 남녀 간 임금 격차의 20%를 설명합니다.

수익성 높은 시간대


    두 번째 이유는 경험입니다. 연구 결과 77%의 여성 운전사는 6개월 내 일을 그만두었습니다(남성은 65%). 그 결과 남성 운전사는 더 오랜 경험을 통해 더 수익성 높은 장소와 시간대를 선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여성은 짧은 시간만 일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노하우' 면에서 뒤처졌죠.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근무 기간이 많아질수록 남성 운전자 비율이 높아집니다. 특히 104주 이상 지속해서 일하는 운전자는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이 요인은 남녀 간 임금 격차 중 30%를 설명합니다.

남성과 여성 근무 기간


    마지막 이유는 운전 속도입니다. 연구진들은 남성 운전사가 여성 운전사에 비해 평균 2.2% 빠른 속도로 운전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운전 속도가 빠르면 같은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죠. 이 요인은 남녀 간 임금 격차 중 50%를 설명합니다. 

남녀 임금 격차를 설명하는 요인과 비중



    저는 이 연구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모든 남녀 임금 격차가 비합리적 차별로 인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운전 속도로 인한 임금 격차는 개인 운전 성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지 차별이 아닙니다. 두 번째는 우버처럼 유연한 업무 환경에도 일을 빨리 그만두는 여성 비율이 높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선 더 자세하게 연구해 봐야겠지만, 여성이 가진 육아/가사의 불균등한 책임이 한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긱 이코노미가 아니라 그 어떤 형태의 직업이 되든 남녀 임금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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