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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akonomist Apr 29. 2018

미국 교도소 민영화

민영 교도소의 그림자

이번 봄학기에 공공경제학(public economics)을 수강했습니다. 세금이나 복지 같은 정부 정책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내는지 공부하는 과목입니다. 수업에서 정부 정책과 관련한 조별 과제를 했습니다. 4명이서 조를 이뤄 현 정부 정책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을 골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제였습니다.  

   

저희 그룹은 캘리포니아주 교도소 민영화 정책을 골랐습니다. 교도소 민영화라고?! 교도소라는 주제는 한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사회 이슈가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 생소한 주제여서 어리둥절 했습니다. 교도소가 민영화된 역사적 배경이나, 이것이 가진 사회적 문제가 뭔지 몰랐죠. 그런데 그룹 과제를 하면서 미국에서 감옥 민영화에 대한 찬반 공론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은 수감자 인구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인구 100,000당 미국에 수감된 죄수가 한국보다 7배가량 많습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했고 그로 인해 수감자 수가 급증합니다. 수감자 수는 급증했는데 교도소 숫자는 한정돼 있으니 정부는 민간 기업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래서 1983년 CCA(Corrections Corporation of America)가 처음으로 민영 교도소 문을 열었고 미국 사회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 후 민영 교도소 인구는 점점 증가합니다. 2015년 기준으로 126,272명의 수감자가 민영 교도소에 수용됐습니다. 전체 수감자 중 8%에 해당되는 숫자입니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에도 불가하고 사람들이 민영 교도소를 반대하는 이유는 도덕적인 이유가 큽니다. 법질서에 돈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이유죠. 민영 교도소는 수감자가 많을수록 이윤이 커집니다. 사회에 범죄자가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죄수들을 갱생해야 할 동기도 없습니다. 또 판사들에게 뒷돈을 줘 원래보다 강한 형량을 내리게끔 한 사례도 있습니다. 죄수가 오래 형량을 살수록 이윤도 늘어나니까요.

정부에 대는 로비 자금도 규모가 상당합니다. 예를 들면, CCA는 1999년부터 매년 평균 $1.4M을 로비 자금으로 썼고 70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했습니다. 이렇게 법제도에 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면 제도를 신뢰하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민영 교도소를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비용입니다. 저희가 민영화를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민간 기업이 정부 기관보다 일을 싸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민영 교도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최종 비용만 보면 민영 교도소가 정부 교도소보다 조금 싼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비용을 조금 더 깊이 분석해 보면 숨겨진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로 민영 교도소는 비용이 적게 드는 죄수들만 수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민영 교도소 인구 분포를 보면 젊고, 건강하고, 비폭력적 이유로 형량을 사는 수감자가 대부분입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늙고, 질병이 있고, 폭력적인 죄수는 납세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정부 교도소에 남겨버리죠. 체리 픽킹(Cherry-picking)입니다.

둘째로 민영 교도소가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좋지 않습니다. 민영 교도소는 교도관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월급도 정부 교도소에서 일하는 교도관보다 적게 줍니다. 그에 비해 교도관 한 명당 맡아야 하는 죄수 숫자는 더 많죠. 더군다나 직원 교육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교도관과 수감자 안전이나 교도소 보안과 같은 부문에서 열악한 통계 수치를 보여줍니다. 폭력 사건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무기나 마약과 같은 반입 금지 물품들이 더 많이 적발됩니다.



이렇게 인구 분포와 서비스 품질까지 고려하면 민영 교도소가 일을 더 싸고 효율적으로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실 민영화가 더 싸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은 시장에 완전 경쟁이 있을 때만 가능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교도소 시장은 민간 기업 3개가 점유율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CCA, GEO Group, Management and Training Corporation라는 3개 기업이 전체 수감자 중 96%를 담당하고 있죠. 이러니 경쟁을 해서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여야 할 인센티브도 적습니다.


저희 그룹은 이런 논점을 바탕으로 민영 교도소 폐지를 주장하는 논문을 작성해 캘리포니아주 치안 위원회(Public Safety Committee)에 제출했습니다.

현행 정책에 불만을 가지기는 쉬운 일입니다. 세금 정책에 대해, 복지 정책에 대해, 교육 정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나은 방안이 있는가?"라고 물으면 거기에 답하기가 생각보다 힘듭니다. 저희도 민영 교도소가 많은 부분에서 잘못됐다는 점은 알지만, 그래서 민영화를 폐지하면 이 많은 죄수들을 앞으로 어떻게 수용할 건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거기에 대안을 생각해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몰랐던 미국 교도소 실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보다도 단순히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하는 것과 대안까지 생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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