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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비 Jan 24. 2021

출산 선물로 직접 만든 판다 담요를 받고...

  내 남편의 형은 지적장애인이다.

  처음 남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토마스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출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 학창 시절에는 장애인 학교를, 지금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다닌다. 장애인 학교의 학부모 회장을 하셨던 시어머니는, 장애인 학교의 학부모들과 매우 친하다. 같이 학교를 다니는 기간이 길기도 하고, 비슷한 고민과 아픔(아픔이라고 표현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이 표현이 누군가에게 실례가 되지 않길 바란다)을 가진 분들이라 일반 학부모 모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이가 끈끈하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들에게서 출산 선물을 많이 받았다. 시어머니의 친구분들, 같은 장애인 학교의 학부모들에게서 말이다. 시댁에 들른 어느 날, 감사 인사를 전할 겸 근처에 사는 시어머니 친구분 집에 들렀다.


  환한 얼굴로 우리 가족을 맞이해주신 친구분의 집에는 휠체어가 두 대 있었다. 휠체어 한 대에는 아들 분이, 다른 한 대에는 남편 분이 타고 계셨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소아마비였고, 남편은 최근에 심근경색인가 뇌졸증인가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고 했다.


  친구분은 직접 만들었다며 아기 담요를 선물로 건네주셨다. 귀여운 판다 모양의 6중 가제 담요. 이것도 먹어보라며 예쁜 병에 담긴 수제 키위 잼도 담아주셨다.




  몸을 움직이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고 하셨다고, 시어머니는 집을 나오면서 말씀해주셨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조차 실례일 것만 같은 그 상황 속에서, 그분은 그저 웃으셨다. 그녀의 웃음에서 삶의 무거움 따위를 찾으려고 하는 내가, 뭐라 해야 할까, 미웠다.




  이 글에서 내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가끔씩 시간을 갖다 버리곤 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몸과 마음이 힘든 이유를 항상 머리 한편에 넣어두고 있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고, 세상은 왜 이렇게 불평등하냐고 중학생처럼 어딘가에 외치고 싶기고 했다.


  이 에피소드가 다른 분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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