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세계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 야기 짐페이
서점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위로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 찾기'에 대한 책을 들춰보는,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아, 저 사람도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서 고민하고 있나 보다.'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 갈팡질팡하는 게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 안심이 됩니다. 학창 시절, 나 말고 숙제 안 해 온 애가 또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 같은 거랄까요.
하고 싶은 일 찾기는 왜 어려울까요? 저번 글에서 저는 책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고민하는 너에게>를 보고 저의 강점을 찾고자 시도하다 실패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기분 좋았던 맥락을 일단 잔뜩 써보라는데, 고작 두 개 썼습니다. 쓴 것들조차도 이게 '좋아하는 일'이라고 부를만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고요.
제가 제 자신을 잘 모르는 게 제일 큰 문제겠지요. 40년 가까이를 살아왔는데, 이제 어느 정도 나 자신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것조차 자신 있게 써 내려가지를 못하는 저를 보고 있자니, 스스로를 들여다보기를 얼마나 게을리해 왔는지 정말 잘 알겠더군요.
그리고 애초에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기분 좋았던 맥락' 자체가 요새 참 적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을 샅샅이 뒤져내야 간신히 찾아낼 수 있을 정도라, 이게 과연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한 상태로 지내왔는지, 위축되어 있었는지, 새삼 알게 된 것만 같았습니다.
가볍게 생각했던 '하고 싶은 일' 찾기는, 생각보다 더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세계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법을 심플하고도 체계적으로 알려줍니다만, 결국 그 방법이란, 지금까지의 자신, 지금의 자신을 속속들이 들춰보고 받아들이는 방법, 곧 '자기 이해의 메소드'입니다.
"인간관계, 돈, 건강, 일,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는 궁극의 '하고 싶은 일 찾기'"
책 띠지에 이렇게까지 적혀있으면 오히려 좀 신뢰가 안 가지 않나요? 무슨 만능특효약처럼 말이에요. 하고 싶은 일 찾기가 중요하다는 것엔 동의합니다만, 인생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진 않겠지요. 평소 같았으면 이런 책도 다 있네 하고 넘겼겠지만, 그날은 글쎄요, '30만 부 돌파'라는 홍보문구에 조금 혹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막 모여 있는 곳에,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목을 길게 내빼고 안을 들여다보는 마음이랄까요. 뭔데 이렇게 많이 팔렸어? 하는 궁금증이 컸던 것 같습니다.
대강 들춰본 책은, 사기꾼 냄새를 풍기던 첫인상과는 달리 꽤 잘 정리된 듯 보였습니다. 하고 싶은 일 찾기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하는 오해를 풀어주고, 하고 싶은 일의 정의를 짚은 다음, 하고 싶은 일 찾기를 위한 구체적인 스텝을 제시합니다.
워크북 같은 느낌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법을 알기 쉽게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일을 하는 저자의,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시행착오들도 적절히 곁들여져서,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도 적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읽기 시작했으나, 나중엔 코를 박고 읽었습니다. 저자의 이 말에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면서 말이죠.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법을 모를 뿐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아야겠죠.
저자가 말하는 '하고 싶은 일'이란 이렇습니다.
좋아하는 일(What) × 잘하는 일(How) × 소중한 일(Why) =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법을 전파하는 저자의 경우는 이렇다 합니다.
좋아하는 일(What) : '자기 이해'
잘하는 일(How) : '체계를 세워서 전달하기'
소중한 일(Why) : '인생에 몰입하고 싶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즉,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서는 저 세 가지를 알아야 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1. 우선 '소중한 것'을 찾을 것.
좋아하는 걸로 먹고 산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그다음에는 '잘하는 것'을 찾을 것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어려운 이유는 '찾아도 이걸로 어떻게 먹고살겠어'하고 머릿속에서 브레이크를 걸기 때문입니다. 이 브레이크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먼저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3. 실현수단은 나중에 생각할 것.
실현 수단을 먼저 생각하는 건, 어디에 여행 갈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비행기로 갈지 기차로 갈지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방향을 먼저 정합시다.
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알 것도 같습니다. 대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는 무엇을 할까(What)부터 생각하죠. 하지만 이는 수단에 불과하니, 목적(Why)과 잘하는 것(How)을 먼저 찾아야 된다는 말입니다. 가령 야구를 좋아한다고 야구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들어갔다고 칩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영업일을 하고 있다면, 그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일까요?
저 또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책', '문화', '다른 나라', 제가 좋아하는 여럿 키워드들만 둥둥 띄워놓은 채, 이를 어찌해야 할지 잘 몰라 바라만 보다가, 그냥 제가 아는 것, 알기 때문에 형체가 보이는 것들만 잡아보려 뛰어보곤 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니까 편집자? 소설가? 가 되면 되나? 하지만 난 편집자나 소설가가 되기 위한 재능이 없는 것 같은데? 하는 식으로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단순했죠. 물론, 이것보단 좀 더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결국 저 단순한 문장이 되어버립니다. 부끄럽지만, 참 생각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과거, 저한테 뭐가 부족했었는지도, 뭘 찾아야 하는지도 알려주는 이 책 덕에 희망이 조금 보입니다. 이대로 하면 이번에야말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인간관계, 돈, 건강, 일'에 대한 고민도 해결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식으로 성공한 사람 책이나 자기 계발서의 도입 부분을 읽을 때처럼, 나도 이 사람처럼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기대감과 고양감으로 즐겁기까지 합니다.(대개는 실천을 못하고 끝났지만 말입니다)
책에는 저 세 가지를 찾기 위한 스텝이 알기 쉽게 쓰여있습니다. 자신을 알기 위한 질문들, 발상을 도와주는 키워드 리스트(역시 객관식이 마음이 놓입니다),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프로세스 등도 실려 있어서, 정말 따라 하기만 하면 될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숙제하는 기분으로 노트를 꺼냈습니다.
첫 과제는 가치관 찾기입니다.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그 답에서 자신이 중요시하는 것들의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이를 카테고리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의 목적을 정하면 된다고 합니다.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사람의 어떤 점을 존경합니까?
지금 이 사회에 부족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신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 것 같은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저 질문 중에 제가 제일 할 말이 많았던 건 '지금 이 사회에 부족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였습니다. 처음엔 '사회'를 '회사'로 잘못 읽어서 회사의 문제점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사회'가 '회사'가 되는 순간 다들 쓸 말이 많아지시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어찌 되었든, 제가 적은 건 '각자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인재 배치'입니다. 회사 일이라는 게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일만 있는 것도 아니겠고, 특정 재능에 적절한 일자리가 늘 있는 것도 아니죠. 예, 물론 압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재능이 뭔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만 같은 회사에 저는 참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나답게' 살아가지 못하는 저 스스로에게 화가 났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다 뭉뚱그려서 '자신다움'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저 자신을 포함해서) 답답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건 비단 '회사'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에도 부족한 것일 테죠.
그렇게 노트에 끄적이기를 한참, 여타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포함해서 제가 도출한 저의 가치관 키워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 '호기심', '여유'입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데, 저는 저것도 간신히 썼습니다.
저자는 이 중에서 '일의 목적'을 설정하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여기서 막혔습니다. 제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도 어렵거니와(다 놓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어떻게 '일의 목적'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령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라는 가치관을 골랐다고 하면, 일의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기'가 되는 걸까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가 되는 걸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한 경험 또한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자의 예시를 보면 '친구를 응원했다' 같은 것도 있는데, 이런 걸 가치라고 부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의문투성이지만, 일단 계속해 봅니다. 다음은 잘하는 것 찾기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재능이란, 스킬이 아니라, 애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 무의식 중에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마음먹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늘 사람 관찰을 한다
늘 어떻게 사람을 웃길까 생각한다
'이런 게 재능이야?' 싶죠? 저자는 그렇답니다. 애초에 재능이란 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즉, 우열이 있는 게 아니라고요. 중요한 건, 자신의 재능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거라고요.
가치관 찾기처럼, 재능을 찾기 위해서도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즐거웠던 경험은?
내일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무엇이 가장 아쉽습니까? '이 일은 좀 더 하고 싶어'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경험은 무엇입니까?
저 같은 경우는, 무언가를 읽을 때, 몰랐던 걸 알게 될 때 즐거움을 느낍니다. 회사일을 할 때는,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를 모아서 자료를 만들거나, '고객한테 이런저런 설명을 해야 하는데, 적당한 자료 뭐 없을까요?'라고 묻는 동료에게 '여기요'하면서 딱 맞는 자료를 건네줄 때, 쾌감을 느낍니다. (적고 보니, 저는 챗GPT한테 일자리를 뺏길 것 같군요...) 친구한테 읽은 책 이야기를 할 때, 친구가 제가 소개한 책을 읽을 때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의 재능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흩어져 있는 정보 취합하기', '리스크 생각하기'(제가 네거티브 싱킹의 달인이거든요...)입니다. 그런데 사실 여전히 자신이 없습니다. 이게 과연 재능일까요? 이걸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패턴을 정리해서 활용하라는데, 사실 저 장점으로 무언가에 성공한 경험 자체가 너무 적은 것만 같습니다. 성공한 경험을 찾겠다고 20년 전까지 올라가 봅니다만, 성공경험을 찾았다 치더라도, 20년 전은 너무 까마득해서 그때와 지금의 내가 같은가?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좋아하는 일 찾기는 제일 간단합니다. 이것 또한 질문들과 리스트가 마련되어 있죠.
지금 돈을 써서라도 배우고 싶은 건 무엇입니까?
책장에는 어떤 장르의 책이 많습니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감사를 전하고픈 일, 직업'은 무엇입니까?
이건 다들 쉽게 찾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책', '문화', '교육', '진로' 등등을 꼽았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것,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었으면 이제 곱하기만 하면 됩니다. 저자는 우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곱셈으로 하고 싶은 일을 추려보고, 그중에서 '소중한 것', 즉 일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을 고르라고 충고합니다.
백종원 선생님이 '이거 다 넣고 볶기만 하면 됩니다. 참 쉽죠잉?' 하는 거 같습니다. 아니, 곱하면 되는 건 알겠는데, 곱해봤는데, 도통 모르겠습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배워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기?", "다른 문화 안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공유하기?" 일의 목적을 제대로 생각해 보는 걸 스킵해서 일까요?
인생이 바뀌진 않을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기대감이 조금씩 옅어져 갑니다. 여타 다른 자기 계발책을 읽을 때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도, 머릿속에서 막연히 생각했을 때보다 적어두고 보면, 분명해집니다. 교실 앞에 붙여두고 매일 보던 교훈 같습니다. 보다 보면 그렇게 믿게 됩니다. 적어도 선택의 순간에 축으로 삼을 것이 하나 생긴 것 같아 든든합니다.
그리고 무엇 하나 행동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배워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기?", "다른 문화 안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공유하기?", 저 곱셈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뭐가 좋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변하지 않겠지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여전히 찾는 중이지만, 좋아하는 것, 잘하는 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해 보자란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막연하던 찰나에 집어든 책은,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털 브랜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