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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O Dec 12. 2022

새로운 시작, 우리는 제주로 간다.

제주도민이 되다.

우린 지르고 말았다.
제주도행을..




더위와 함께 장마가 시작된 그날, 우리의 운명을 바꿀 비행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게 되는 특별한 날. 바로 제주도로 이주한 날이었다.




결혼 전부터 고향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고 싶어 했던 남편, 나 또한 그 부분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 편이었다.(사실 막 남편만큼 절실한 것은 아니었다… )


"일단 결혼하고 1년만 돈 모아서 가자 "

"그래 좋아"


우린 그렇게 결정을 하고 그때부터 틈틈이 제주도 가면 뭐 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래도 약간 마음 한편에는 불안했다. 과연 이 편안하고 익숙한 생활들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의 친구들과 떨어져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외롭지 않을까? 등등 그래도 걱정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었기에 는 계획 추진하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하던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준비해서 제주살이를 좀 만끽한 다음에 임신을 할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일찍 찾아온 그녀. 하지만 임신했다고 해서 제주도 가는 것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출발 일정을 조금 미루기로 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서 100일까지 큰 문제없다면 그때 제주도로 가기로 말이다.


우리 바람대로 그녀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하지만 생후 30일쯤 사경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을 오가면서 그 시기가 또 미뤄졌다. 이제는 못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보다는 아이의 건강이 더 걱정스러웠다.  제발 무탈하게 자라기를...


우리의 바람을 아이도 느꼈는지 치료도 아주 순조롭게 잘 받았고 물리치료 마지막 날  종검사에서 사경 완치 판정을 받게 되었다. 아이가 다시 건강해진 것도 너무 기쁘고 계획대로 제주도로  갈 수 있게 되어 행복했다. 그리고 슬슬 제주살이를 위하여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이주 이야기를 부모님께는 꽤 늦게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까지 내가 하려는 것에 반대 안 한 적이 없어서 조금 무서워서 최대한 미룬 것도 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꺼내니 친정 부모님들은 너무 쿨하게 받아들이셨다. 내가 서울 간다 했을 때도, 일본 워킹 간다 할 때도 반대가 먼저였는데.. 너무나 쿨해서 순간 당황 이제 결혼도 했으니 반대는 포기하셨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가만히 있으려니 안 되겠어 이 말은 꼭 해야겠어!"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신세한탄을 퍼부으셨다.


"애 셋을 키웠는데 곁에 남는 녀석은 하나도 없고 다 떠나고 자식 잘못 키운 건지 내가 팔자가 기구하다.. 다른 친구는 자식들이 다 집 근처에 살면서 필요할 때마다 도와주고 그러던데 니들은 뭐냐!! 속상해" 


그렇게 랩 하듯 쏘아붙이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나중에 찬찬히 하신 말을 생각해보니 좀 죄송스럽긴 했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기에.. 이 말 때문에 마음이 돌아서진 않았다. 뭐 친정엄마도 내가 마음먹으면 설득해도 안된다는 거 아시기에 그냥 답답해서 내뱉으셨던 것이다.

갈 때 다 되어 갈 때쯤에는 뼈 때리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우리가 제주도에 산다는 것을 자랑하며 다니신다고 한다.




대망의 이주 날! 남편은 전날 밤 먼저 차를 끌고 배 타고 제주로 들어가고 나는 이주 당일에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날아갔다.


150일 남짓 된 아이와 함께 새로운 터전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설렘과 걱정으로 가득 찼다. 여행이 아니라 이주를 위해서 타는 비행기라니 설레었고, 아이와 함께 그것도 단둘이 비행기는 처음이라 아이가 잘 적응할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아이는 비행을 즐기고 있었고(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 바쁘고 승무원한테 빵긋 미소도 보내고 바쁘셨다. 이것도 이거대로 힘드네..) 도착해서 차에 딱 차자마자 잠들어주었다. 기특해 기특해.


제주 이주 첫날을 오후 늦게 도착해서 바다 잠시 보고 우리의 첫 제주 집으로 이동해서 푹 쉬고 다음날 전입신고를 마쳤고 이젠 진짜 제주도민이 되었다.


정리해야 할 짐들은 한가득이고 육아로 정신없었지만, 그냥 즐거웠다. 매일이 여행 같았고  아이와 아름다운 제주를 감상하는 게 너무 행복했다.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제주에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만 3년이 다되어가는 지금은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타지 살이가, 제주살이가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삶은 아니었다.


전원생활의 낭만도 있지만 벌레와의 전쟁도 시작되었으며, 배세권은 포기해야 했다. 문득문득 파고 들어오는 외로움을 견뎌내야 했고, 예상치 못한 위기와 맡닥들이기도 했다.


그래도 잘 풀린 일들도 많았고,  뜻깊은 일도 많았으며, 올해는 새로운 도전으로 민박도 오픈하게 되었다.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며 바다 건너 타지 생활을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시작했고 잘 해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리얼한 제주살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길 바라며 하나씩 풀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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