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KO Dec 16. 2022

제주도 날씨 왜 이래?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마법 같은 날씨


날씨는 운명에 맡기기.



나의 살던 고향은 대프리카. 여름만 되면 어마어마하게 더웠으며 비도 눈도 잘 오지 않는 곳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도  못 견디더라는 소문이 ...)

그래도 대구는 더위만 이겨내면 되었고 눈도 자주 내리지 않는 곳이었으며,  서울에 비하면 아주 따뜻한 곳이었다. 그렇게 단순한 날씨 속에 살다가 제주도를 처음 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


여행할 때도 매일이 다르던 제주 날씨라서 예상은 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곳이었다. 예전에 육지에 살 때는 아무리 구라청이라 해도 나름 잘 맞는 편이었는데.. 여기는 위치따라 시간 따라 마법처럼  날씨가 달라지는 듯하다.   




원래 제주는 바람도 많고 비도 많이 온다 했다. 섬나라들이 좀  그런 편인 것 같다. 예전에 일본에 살 때도 비가 많이 왔었더랬다. 제주도 역시 섬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도 참 비가 자주 왔다 그땐 장마철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적당히 맑은 하늘도 보여주면 좋으련만.. 가끔은 비만 오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오죽하면 우리는 "비 오면 비자림"이라고 정할 만큼 비가 와도 갈 수 있는 관광지를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이 6개월짜리 애 딸린 부모다 보니 비 오는 날 실외 여행은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거의 실내 시설을 찾아다녔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한 번은 집에만 있으니 곰팡이 필 것 같고 너무 억울했고 마침 비가 잦아들고 해가 나오길래 아기를 업고 비자림에 갔었다. 비자림의 딱 멋진 코스에 접어들 때쯤 갑자기 들이닥친 폭우를 만난 적도 있었다. 우산을 뚫을 것 같은 비속을 축지법 쓰듯 빠져나왔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이는 내 앞에 매달려서 혼자 신이 나 있었다. (그래 너는 신나겠지... 엄만 죽겠다..)


그렇다고 늘 비만 오진 않는다. 맑은 날도 오는데 그날은 정말 감동이다. 공기가 좋기로 소문난 제주답게

맑은 날이면 폐 깊숙이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일단 날씨가 어떻든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비가 막 오다가도 햇빛 쨍해지고 동쪽에는 비가 오는데 서쪽 가면 정말 맑은 날씨로 변하기도 하니까 그때그때 날씨 확인하고 무조건 외출 고고! 다만 제주 전체가 비바람이 강할 때는 조용히 집콕!


그리고 제주도는 위치에 따라 비의 양이 다른 편이었다. 표선에 살 때는 비가 제법 많이 오는 편이었다. 그런데 제주시로 넘어왔을 때는 비보다는 눈이 더 많이 내렸다. 특히 살짝 중산간에 걸치는 곳에 살았던 우리들은 노형동에 사는 동안 눈 때문에 고립만 3번을 겪었다. 정말 지겹도록 눈을 본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 서쪽인 한경으로 이사 오면서 비를 많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제주도 전체가 비 온다는 예보가 있을 경우에는 확실히 비가 오지만 그 외에는 날씨 표시는 비인데 정작 우리 집은 햇빛 쨍쨍 인 경우도 허다했다.


뭐 아직은 여기서 산지 반년밖에 안되어서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 어르신들 말을 들어봐도 한경은 확실히 비는 별로 안 오고 바람이 많이 분다 했다. 그리고. 눈도 많이 안 내린다 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아이가 많이 아쉬워할 듯하다. 눈 하면 노형 중산간이 최고였는데... ㅋㅋ




제주도에 살다 보면 태풍급 바람도 자주 만나게 된다. 제주도는 인생 바람 맛집이랄까?


작년엔 가을부터 유난히 추운 날씨였다. 제주도는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잘 없고 따뜻한 편이지만,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훅 떨어진다. 다들 제주도 남쪽이라 따뜻하지 않냐고 하는데 춥다.


날이 좋아서 햇살이 적당해서 나갈 채비를 하고 밖에 나갔다가 고대로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정말 제주도는 바람의 왕국이다.


특히 처음 터를 잡고 살던 표선은 바람이 엄청 부는 곳이었다. 지역특성상 표선. 성산 쪽이 바람이 통과하는 곳으로 바람이 역대급으로 많이 부는 지역이었다. 진정한 바람 맛집은 성산이지만, 표선도 만만치 않았다. 확실히 제주시로 이사 오면서 태풍 때 말고는 바람이 정말 강하다!! 라는건 덜 느낀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한경은... 그야말로 바람의 고장이다!! 여기가 진짜 제주도 바람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 이사 오기 전에는 한경 친구가 "여기 바람 장난 아냐!!"라고 할 때는 제주도가 다 바람이 많이 불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사해보니 확실히 느꼈다. 여행 올 때는 몰랐는데 역시 살아봐야 아는 것!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부니 장점은 있다 날은 맑은데 바람이 강하게 불던 날은 밤에 하늘이 깨끗해서 별이 잘 보인다. 그냥 집 뒷마당에 가서 봐도 반짝반짝. 그리고 여름에 부는 바람은 뜨끈한 바람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다. 대프리카의 여름에는 바람마저 난방효과 극대화였는데 여기 바람은 확실히 시원하다~ 그러니 바람이 그저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태풍 올 때의 바람은  무섭다... 올해 온 11호 태풍 힌남노의 바람은 정말 역대급이었다. 다행히 빠르게 지나간 덕분에 동네가 밤새 정전된 거 말고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그 바람소리는 정말 3년 동안 들어 본 태풍 소리 중 제일 무서웠다.




제주도의 날씨는 위치마다  다르기도 하다. 그것도 같은 시간에 말이다.


표선에서 출발할 땐 격하게 불던 바람이 서귀포시에 들어서면 귀신같이 사라지기도 하고,  제주시에서는 무릎까지 내렸다는 눈이 정작 집 근처엔 구경도 못해보기도 한다.


며칠 전 바나나잼 만들기 체험을 위해서 집에서 완전 반대쪽인 남원으로 간 적이 있었다. 이날 분명 집 쪽에는 맑디 맑았는데 서귀포를 지나면서 점점 흐려지더니 남원 가까이 갈 쯤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허허..


날씨의 다양함의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하나는 아마 한라산 때문일 것이다. 큰 산이 섬 중간에 딱 자리 잡고 있다 보니 동. 서. 남. 북 다 날씨가 매번 매시간 위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기서 터를 잡은 지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내가 느끼는 제주도의 날씨는 1년 중 맑은 날은 1/3 정도? 늘 깨끗하고 맑은 제주도의 사진만 봤다면 그것은 맑은 날 100일 중 하루 일 것이다(ㅋ)  거기에 한라산까지 잘 보이는 건 30일 정도?! 물론 3년 내내 이 수치가 계속 같진 않았지만 의외로 한라산까지 쨍하게 보이는 날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장마도 아닌데 비가 너무 오면 실망하고, 며칠 동안 계속 바람이 강하게 불면 화도 나고 그랬는데 이젠 조금씩 그때그때 날씨대로 즐기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가는 중이다. 내가 제주도로 여행을 온 것이라면 예상과 다르게 자꾸 바뀌는 날씨에 짜증도 많이 났을 텐데 도민이 되니까 "뭐 오늘 아님 다음에 가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날씨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도민이 되었다고 늘 날씨에 관대한 건 아니다. 정말 며칠 전부터 날씨 확인하고 딱 준비해서 나갔는데 비 오고 바람 불면 원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다음에"라는 기회가 있으니 실망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는 일이 더 많다는 것. 그래서 직접 살아봐야 날씨의 변화에도 무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아침에 흐려서 열심히 빨래한 카펫 어쩌지.. 했는데 햇빛 빤짝 나와 주었다. 그렇게 여전히 제주도의 날씨는 예측불허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새로운 시작, 우리는 제주로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