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재 산문 / 시 선의 시선
"어떤 존재는 순식간에 삶에서 큰 의미가 되어버린다. 이름만으로 방에서 가장 거창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마음 붙일 곳을 만들기 위해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다. 우리의 오늘에도.
《일일 다정함 권장량》, 송재은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던 어느 해에 정한 나만의 새해 규칙을 소개한다.
그 해가 이천몇 년이라고 정확하게 네 자리 숫자를 콕 집어 회상할 순 없지만, 별 반 다르지 않은 명쾌한 해답 없는 새해를 맞이했던 건 기억한다. 365일이 모이면 365줄의 다정한 말이 생겨날 테지 하는 단순한 계산이었다. 나를 위한 다정한 선물이었다. 선물? 아니, 나를 지키기 계획이었다.
-그때 제게 하셨던 말 기억하세요? 그게 힘이 되었어요.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뻔한 레퍼토리 있잖아. 대부분 화자는 기억 못하고 청자만 의미 부여했다는 전개. 하지만 클리셰의 보장된 안정성을 믿는 편 (에 섰다). 자기 위로의 뻔한 시도를 해보는 것,
그 해의 가장 예외적인 선택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기분이 꿀꿀할 때마다, 괜히 돈이나 진탕 쓰고 싶어지는 그런 날마다,
퇴근길에 모아뒀던 한 마디들을 훑어본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된 다정함. is all!
내게 온 다정한 말에 의미 부여하세요.
취향과 즉흥적인 독서와
언뜻언뜻 머리를 쳐드는 지혜와
섬세한 미래를 껴안고
사방에서 떠드는 것들에 엿을 날려줄
두 에디터의 사유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