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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호 Mar 14. 2024

서로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한 삶이라니

북조선과 남한으로 구분하지 않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

북조선과 남한으로 구분하지 않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너는 어디 지역 출신이니? 너희 나라는 여전히 가난하니? 어떻게 넘어왔니? 등 북한에서 온이웃과 친구들에게 우리는 선입견과 편견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그저 오늘날을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평범한 이웃들의 삶과 일상을 듣고 싶습니다. 무엇이 얼마나 다른 지가 아닌, 무엇이 같은지, 함께할 수 있는 공감과 고민이 무엇인지, 우리가 서로에게 진솔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지, 우리는 서로 묻고 싶습니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현재 시흥에서 거주하고 출근을 고양시로 하고있어요. 덕분에 출퇴근시간이 꽤 들어요. 남북협력사업 발굴 및 관련 자료를 서칭하고 정리하는 일을 주고 하고 있어요. 대학원을 작년에 졸업하였는데, 업무의 특성상 내가 여전히 연구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하하하. 북한학을 전공하였습니다. 한국에 와서 북한학을 전공할 거라는 생각을 못해봤어요. 입국한 지 5년차인데,


5년 동안 뒤도 돌아볼 새 없이 너무 바쁘게 살았다. 대학원생으로 또 공무원이 되기까지. 정착을 하면서 탈북민들이 정착에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 어떤 게 도움이 될 지, 당사자로서 더 잘 이해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일을 하면서 평화에 대해 더욱 사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언제인가 남북한 주민이 서로 평화롭게 왕래할 날이 온다면, 나도, 다른 탈북민들도 마음 편하게 고향에 들를 수 있지 않을까요?




Q. 인터뷰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기 위해 술과 관련된 질문을 보통 먼저 드립니다.술은 드시나요?


좋은 사람과 함께 할 때, 좋은 분위기일 때 마시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와 마시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하하하.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일이 힘들다기 보단 사람이 어려운 거지 않나요. 저는 스스로 먼저 다가가려고 늘 애쓰고 있어요. 공적인, 사적인 자리에도 스스로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어 놓고 사람들과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려 애씁니다. 사실 이 곳에서 나고 자란 게 아니라 사람들과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Q. 추석 날 풍경은 어떤가요?


추석 날 벌초하고, 한 해의 풍성한 농작물을 조상님들에게 전해드리는 거와 제사 지내는 거는 북한에서도 똑같아요. 북한에서는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일년 중 유일하게 모이는 거라 가족들끼리 재미나게 놀고 맛있는 걸 나눠먹어요. 집에서 증폭기(간이노래방기계 같은 장비)를 돌리며 친척, 가족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재미나게 놀아요. 


북에서도 음식은 여성들이 다 하는데 그 때는 그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북한은 상당히 가부장적인 곳이라 그게 당연할 줄 알았죠. 남한에 와서 명절날 여성들이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 맞아. 이게 힘든 게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북한에서는 취업을 했냐, 결혼을 했냐, 아이를 낳았냐 등등 가족과 친적간에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이야기는 일체 오가지 않아요.




Q. 북한은 사람들의 관계가 더 끈끈한가요?


개인의 자유가 주는 반대급부가 있는 것 같아요. 무관심! 북한은 사람들끼리 훨씬 더 끈끈하고 살갑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북한 모녀사건도 무관심으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해요. 남한은 서로가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는다는 이유로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멀어져 있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이 때문에 많이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공동체성이나 집단에 대한 의식과 기대가 몸에 남아있거든요.




Q. 현재 자녀분이 있으신 것 같은데, 아이는 어찌 지내고 있나요?


아이는 마침 1학년에 맞춰 입학을 했는데, 지금은 부모님을 찾지 않고 친구들과 밤늦게 놀 정도로 친구들과 살갑게 지내고 있어요. 건강하게 잘 적응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Q. 자녀가 있으시다니, 현재 남한의 청년 문제는 어찌 생각하세요?


내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든데,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낳을 엄두를 못내는 남한 청년의 생각과 사정에 대해서는 너무 절감하고 있어요 . 그래도 가능하다면 되도록 청년들도 가족으로부터 오는 즐거움과 행복을 한 번 느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한국 학부모님들의 최대의 적 ‘게임’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세요?


저의 자녀는 게임을 하지 않아요. 심지어 휴대폰을 집 밖으로 들고 나가지도 않고요. 그래도 집에 있을  때면 유투브를 엄청 많이보더라고요 . 예능계의 관심이 많아서. 숙제나 공부 등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나면 자기 전에 하루에 2시간씩 유튜브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습관이 정말 잘 들었다 생각해요. 




Q. 본인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남편도 같은 취향이고요. 음. 그리고 노는 것도 정보가 있어야 놀 수 있더라고요.. 먹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아마 탈북민의 고민 중 하나가 메뉴를 선택하는 것일 겁니다. 보통은 ‘이게 맛있으니깐 한 번 드셔보시라 추천’ 받는 걸 좋아하요. 다양한 음식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 영화는 극한직업 등 한국영화를 더 선호해요. 한국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한국 드라마, 영화를 많이 봤어요. 북한에서 영화는 선전이나 긍정적인 것만 보여주는데 사랑이야기는 나오질 않아요. 보통은 조국에 대한 사랑, 당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만  나오죠.




Q. 좋아하는 음식이 있나요?


처음에 피자집을 갔는데 그 때 먹었던 얇고 마늘이 가득한 피자가 떠오르네요. 그 때는 잘 먹지 못했는데, 지나고 나서 계속 떠오르는 것 보니 맛있어서 그런가봐요. 하하하. 그리고 북한에서는 회라는 개념이 없어요. 유통수단이 미흡해서. 아마 평양이나 부유한 지역에서나 가능한 음식일겁니다.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초밥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지금도 엄청 좋아하고.




Q. 5년 후에 어찌 살고 있을까요?


지금처럼 계속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평화라는 부분은 분명 남북한 주민 모두가 실현해야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 음.그리고  개인적으로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자녀에게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자녀가 무척 좋아해요. 엄마가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좋은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안정적이고, 좋은 이미지를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Q. ‘이런 말 한 번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싶은 말이 있다면?


(한참을 고민 후) 교회 쪽에서 들은 말인데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다’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북한에서 개인에 대한 존재감이 없고 개인은 단체와 집단을 위해 희생하거나 바쳐지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내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말이 당시에 엄청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사랑받는 것은 태어나면서 받은 권리이구나. 북한에서처럼 희생하는 영웅적 삶이 아닌 사람들이 서로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한 삶이라니. 아름답다 생각해요.




Q. 이런 질문은 잘 하지 않는데 , 북한에서의 삶 중 가장 좋은 점 하나 설명주실 수 있을까요?


‘기쁜 일이 있을 때, 슬프고 아픈 일이 있을 때에도 사람들끼리 함께 나눌 수있 는 공동체 감수성’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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