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고 싶다.
군중 속의 고독이 있듯이 홀로 있어도 충만한 시간이 있다.
나는 나홀로 충만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의 특성상 늘 사람 속에서,
사람 냄새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은 내게 참으로 귀한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늘 혼자 있기를 열망한다.
함께 한다는 것은 내 전체 시간 중에서 작은 일부분이길 바란다.
누군가와 너무 가까이
그의 그림자가 내 발에 밟힐 정도의 거리가 된다면 나는 힘이 든다.
그래서
나도 바짝 가까이 가지 않을테니
너도 바짝 가까이 다가 오지 말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마음을 조금 내어주면
느닷없이 훅 다가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그럴때마다 나는 흠칫 놀라 뒷걸음을 치면서 문득
나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달려간 적은 없는지 돌아보며
나를 되살피게 된다.
아침에 잠시 본 인간극장은 아주 대가족이 함께 비비며 살아가는 풍경이었고
그 속에서 가장 나이 많은 엄마는 활짝 웃는다.
그 웃음 속에 가려진 그림자들이 왜 한순간 내 가슴에 스며드는걸까.
그 어머니의 아들의 자식과 딸의 자식들이 북적이며 피어나는 웃음소리가
나는 왠지 조금은 슬프게 느껴졌다.
그런 순간들을 위해 그들은 모두가 조금씩, 혹은 많이 참고 누르고 견디고....
그랬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참 이기적이다.
나는 참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구나 싶어서 씁쓸하지만
전투를 하듯 치열하게 살아 온 내 삶을 돌아보면
이제 남은 내 시간들은 휴가처럼 휴식하며 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내 생긴 모양이 이렇게 간장종지만하니 큰 일은 결코 못할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가장 작은 그릇하나로 평화롭게 살고 싶다.
오늘 아침의 부끄러운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