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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Oct 06. 2018

놓친 것들에 대한 후회



 돌아본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미 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가끔 뒤돌아 보는 것은

내가 놓친 것, 잃은 것, 아쉬운 것들을

제대로 알고 지나가자는 마음 때문이다.






1년이 넘도록 글 쓰는 일에 손을 놓았다.

의미없어 보였던 것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생각들이

글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불편했었다.

불편한 생각과 미련스러운 내 모습이 민망하여

뭐라고 말과 글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었다.

그러는 사이 계절이 가고

길고 뜨겁고 끈적거리던 여름이 지나갔다.

돌아보면 찬란한 여름이었다.






요즘  놓친 것들에 대한 후회가 올라오곤 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고인이 된 부모님과의 소통에 대한 것이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지 못했던 것,

아버지는 왜 내게 그렇게 무섭고, 단호하고,

딸이라고 가볍게 여기셨는지 물어보지 못했던 것.....

아버지의 생각은 내 생각과 달랐을 수도 있음을 

그때는 몰랐었다.

지식인이라 치부했던 아버지의 속마음을

내 마음대로 지레짐작하여 

무지랭이 아버지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가 가혹하다고 여겨서 아버지를 내 마음에서

밀어내버린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을 하면 커다란 후회가 올라온다.

진작.... 조곤조곤...

"아버지, 저는 이런 생각을 종종 하는데...

제가 오해를 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여쭤보고 싶었어요."

왜 이런 말 한마디를 건네지도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하고만 것일까....

후회가 된다.

놓친 것들이 이렇게 크다.






그 후외 속에는 엄마도 있고 2년전 떠난 남동생도 있다.

엄마는 왜 내게 그렇게 깍쟁이였을까....

엄마는 왜 내게 따뜻하지 않았을까....

엄마는 왜 내게 그렇게 무심했을까.....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었는데....

내가 나이 먹어보니 그게 '그 사람의 성격'이었다.

깍쟁이고 무심하고 냉정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생기고, 그런 사람이었다.

태생이 그런 사람이었는데

나 혼자 속상해 하고 억울해하고 불행하다 여겼던 것이다.

참 바보짓이다.

지금 알게 된 것을 그 때 알게 되었더라면

내 마음의 평화가 훨씬 더 일찍 찾아 왔을 것이다.

후회가 된다.

놓친 것들이 이렇게 크다.






내동생도 그렇다.

사랑하는 동생... 내 동생은 떠났다.

림프암으로 힘든 숨을 몰아쉬던 마지막 밤을 함께 하면서

나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던가를 재발견했다.

우린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부모를 두고 

감성적이고 다정다감한 성격이었던 동생과 나는 한편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동생이 떠나기 전,

'고맙다.'는 말만 힘겨이, 힘겨이 계속했을 때

내 마음은 통곡하고 있었다.

심장이 뜯기는 듯한 아픔이 이런것이구나 싶었다.

그가 떠나고 두번째 가을이 지나간다.

가끔 그리워 홀로 그를 불러 본다.

병이 나으면 가자던 여행을 못했다.

내가 데려가준다고 했었는데....

좀 아프더라고 데리고 가서 웃고, 먹고, 놀고... 그렇게 했어야 했다.

깨끗하게 회복될 줄 알고 미뤘던 여행계획이 그냥 사라졌다.

가슴 아픈 일이다.

후회가 된다.

놓친 것들이 이렇게 크다.






그래서

더 이상은 이런 어리석은 후회를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조금 무모할지 몰라도 마음 내키는 것은 바로 하자고 결심한다.

더 늙어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부지런히 하자고 결심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가을엔 편지를 쓰고 싶었던 시인처럼

나는 용감하게 하고 싶었던 일을 하자는 결심을 하고 또 한다.


작별은 느닷없이 찾아 온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찾아와서 뒷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사라진다.

모든 것이 다가오고 사라지는 이 세상에서

나는 오늘도 결심하고 

또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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