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는 동안 #1, 감각은 회복될 수 있을까?

충분하다는 감각

by 코쿠

2020년 초겨울, 갑작스러운 사고로 나는 침대에

눕게 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세상은 멈췄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앗아갔다. 감각은 뿌예졌고,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아픈 몸에 감기라도 올까, 엄마가 우려 준 차.
김이 피어오르는 잔을 두 손으로 감쌌던 그 순간, 오랜만에 무언가 내 안에 닿는 기분이 들었다.
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의 향과 온기로 나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들어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됐다.
감각은 회복될 수 있다는 걸.
그것은 거창한 치유가 아니라, 작은 눈치챔과 짧은 멈춤들이 쌓인 변화였다.


그날 이후, 급하게 카페인을 찾던 순간에도 나는 가끔 차를 떠올리게 되었다.

오랫동안 꺼뒀던 스피커를 다시 켜서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보게 되고,

습관처럼 집어 들었던 핸드폰을 그냥 내려놓고 물을 끓이게 되는 일.


감각은 돌아왔다.
아니, 돌아온 줄도 모르고 천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따뜻함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스며들었다.

그건 마치 입김 서린 유리창 너머로 천천히 들어오는 오후의 빛처럼 느슨하고 따뜻한, 강요 없는 회복.

지금도 나는 물을 끓이고, 잎이 퍼지는 걸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한다.
“괜찮아. 잘 버텼어.”

그리고 조용히 나를 살핀다.

지금도 나는, 나를 잘 돌보고 있는지.

무언가를 느낄 여유가 남아 있는지.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회복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찻잎이 피어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

그 시간 안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