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면 보인다.
몇 걸음 앞 새로운 세상을 본 오늘
가끔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의정부에 사는 나는 서울에 갔다 돌아올 때 지하철을 타고 와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곤 한다. 버스정류장 근처를 돌아다녀본 적은 없다. 늘 정류장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다 버스를 탄다. 어쩌다 정류장 앞에 있는 빵가게를 이용하는 게 전부.
그러다 볼일이 생겨 근처를 돌아다니게 됐다. 은행 자동화기계를 이용해야 했는데 그 근처에 은행이 많았다. 나간 김에 일을 보고 들어오기로.
그래서 은행 두 곳을 오가며 자연스레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 늘 보던 버스정류장과는 다른 풍경이 많이 보였다. 과일가게도 있고 정육점도 있고 큰 마트도 있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빵집이 있었다. 그 빵집은 가끔 이용하던 빵집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데 있었다. 그 정류장을 이용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여태 모르고 있었다니, 분했다.
왜 나는 주변을 둘러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길을 갈 때도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왜 그곳에는 그런 호기심을 느끼지 않았는지. 그냥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곳 정도로, 나와는 크게 관계없는 장소로만 여겼던 건지. 내친김에 그곳 하나로 마트에서 장도 봤다.
은행, 빵집, 마트, 주변을 알게 되니 이제는 그곳이 버스를 갈아타는 곳 이상이 되었다. 내 생활반경에 들어온 친근한 장소가 된 것이다. 활동구역이 넓어졌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내 삶의 이 지점에서도 내가 호기심을 가지지 않고 둘러보지 않아 모르는 것, 놓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머무는, 정류장 같은 곳에 있다고 생각해 시야를 넓히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