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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Mar 18. 2024

내 삶의 윤슬을 보았던 순간

냇물소리를 들었던 오늘

일 관련 약속이 있었다. 일행과 수락산 둘레길 아래쪽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같이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햇살이 따뜻해 여유 있게 나와 둘레길을 조금 올라갔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냇물이 졸졸졸. 냇물소리는 언제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쪼그리고 앉아 소리를 들으며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청소하시는 할아버지가 오고 계신다. "뭘 그렇게 자세히 봐유?" 웃으며 하시는 말씀. "물소리가 좋아서요." 일어서며 대답한다.

할아버지는 '별것도 아닌데 좋아하네'와 '나는 매일 듣는데'가 섞인 표정으로 웃으며 가신다. 나도 약속시간이 다 되어 길을 나선다. 어디선가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따스한 햇살, 물소리, 새소리, 뭘 그렇게 열심히 보냐며 웃으며 말 걸어주신 할아버지. 한순간 내 삶의 윤슬이 보였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잔잔하고 푸른 물결. 윤슬을 가졌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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