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르는 굼벵이 Mar 14. 2024

남을 보기는 쉽다.

남을 통해 나를 본 오늘

작은 일에 갑자기 짜증과 화가 훅 올라올 때가 있다. 이어서 줄줄이 화나는 일만 떠오르고 주변 모든 것에 짜증이 날 때가.


얼마 전에 그랬다. 배송이 잘못됐다. 내가 주문한 것과 다른 제품이 왔다.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배송완료만 보고 입금완료 버튼을 눌렀다. 판매자를 생각해서 한 행동인데(안 누르면 몇 개월이나 지나서 판매자에게 돈이 가니까) 잘못 보내다니, 화가 훅 올라왔다. 상품을 산 사이트는 고객센터 전화는 없고 글을 통해서만 문의할 수 있어 글을 남겼다. 그래도 글은 정중하게.


그러나 한번 화가 올라오니 줄줄이 모든 게 짜증 나기 시작했다. 내가 왜 거기서 그 제품을 샀을까부터 시작해 그 일과 관계없는 다른 화나고 짜증 나는 일들이 줄줄줄 생각났다.


그리고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가니 엄마와 할머니 아이 두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족옆에 앉아있는데 아이들이 서로 얘기를 나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조용히 해!"하고 소리를 지른다. 시끄럽게 한 것도 아니고 보통의 대화였는데. 왜 그럴까 싶으면서 방금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누군가 나를 옆에서 봤다면 '왜 저럴까'했을 것 같다. 그게 그렇게 화나가 짜증이 날만한 일인가 싶었을 수 있다. 한편으론, 그래서 그 엄마를 이해했다. 아까의 나 같은 순간일 수 있구나, 마음에 화와 짜증이 가득 찬 순간이구나.


그러나 그게 결코 좋아 보이진 않았다. 내가 화를 낼 땐 '화내는 게 당연해, 난 화를 낼 거야' 했는데 옆에서 보니 그래도 화내는, 짜증 내는 모습은 보기 안 좋았다. 그리고 스스로한테도 안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나를 볼 땐 안 보였는데 타인을 보니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화가 날 땐, 짜증을 내고 싶을 땐 버스정류장 풍경을 떠올려야지 생각했다. 조금 떨어져, 남을 보듯 나를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손마디가 굵어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