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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Nov 22. 2022

덴마크에 삽니다.

에필로그

안녕, 덴마크


덴마크 남자를 만나 덴마크에 이제 10년째 살고 있다. 13년 전 미국에서 만난 북유럽 남자를 따라 겁 없이 덴마크라는 나라로 오게 되었다. 사랑 따라온 북유럽의 작은 나라 덴마크는 참 많은 것이 달랐다. 작은 나라라 왠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유럽에 있는 나라니 미국과 비슷한 점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섣부른 추측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많이 틀려있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작은 나라’라는 말은 ‘쉬운 나라’라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다르다는 것은 짜릿한 것


난 다른 것이 참 좋았다. 다르다는 말은 새롭다는 의미였고 그 신선한 충격이 어쩔 땐 짜릿하기까지 했다. 다름에서 오는 흥미로움이 나에게는 비슷하거나 같은 것이 주는 안정감보다 더 중요한 요소다. 사고방식도 문화도 비슷한 사람과 만나서 살기를 바랐던 가족들의 바람보다는 어차피 모든 사람은 다르고 그 비슷한 사람들도 다름이 있다는 확신으로 다름을 과감히 선택했다.


다름을 선택한다는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다른 나라에 산다는 어렸을 때의 새로움과 설렘으로 가득 차지는 않았다.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게 있다고 했던가. 다름이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없을 수 없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이해하기 싫은 부분도 있고 배움이 버거운 적도 있고 외롭고 힘든 부분도 적지 않다.


경계인 말고 하이브리드(Hybrid)인으로

예전에 오은영 박사님이 태국 남편을 만나 태국에서 사는 신주아 씨에게 경계인의 삶이 대해 이야기를 했다. ‘경계인’을 정의하길 두 나라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니 중간 어느 지점에서 여기 속하지 못하고 저기 속하지 못하는 하고 경계선 어딘가에 속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사랑을 선택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 사람을 만든 문화와 환경을 이해하며 사는 과정은 경계인의 삶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특히 문화가 강한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살기에 완벽한 곳은 없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지금의 시간을 완벽하게 만들 수는 있다.


나는 지금껏 영국 미국을 지나 덴마크에 살고 있다. 어느 나라에 살든 완벽한 곳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살든 환경을 탓하기 시작하면 진짜 답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더 좋다. 살다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장소를 사랑할 수 없는 이유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시선을 놓치는 순간 그 시간과 장소에 있는 나 자신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사는 곳은 지금 내게 할 일이 여기 있다는 이야기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를 가르칠 것이고 나는 배워나갈 것이다. 새로운 문화에 겁 먹이 도전하며 지금도 경계인처럼 살아가지만 내가 외국인이기에 안 좋은 점을 보는 것 아니라 외국인이기에 보이는 좋은 장점을 살려 더 강해지는 하이브리드인이 되고 싶다. 적어도 그 시선을 지키고 살고 싶다.


이 매거진에서는 덴마크에서 살며 보고, 느끼며, 신기하기도하고, 다르기도 덴마크에서의 삶을 나만의 해석들과 시선으로 기록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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