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5월 연휴. 어디를 가야 하나,
휴가가 기니까 외국이나 제주도를 가면 좋겠는데.
이럴 수가.
비행기표가 너무너무 비싸다.
다들 놀러 가는 연휴에는
돈으로 시간을 사야 한다.
그럼 어딜 가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경주.
10년 전쯤 갔을 때
그 분위기나 풍경들이 모두 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이번에도 오랜만에 가보기로 했다.
그 생각을 했던 게 2월이던가 3월이던가.
10년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KTX를 타기로.
그런데 예약이 안된다.
바로 한 달 전만 가능하여
한 달 전에 들어가 봤더니 좋은 시간은 다 찼고
가족할인으로는 4인석 구매가 안되어
우선 그냥 4인석 구매만 했다.
나중에 출발에 임박해지면
가족 할인이 열리겠지 했으나
오히려 전 시간대가 매진이 되고.
황금연휴에 가까워질수록
티켓은 점점 더 씨가 마르는데.
KTX 표를 구하고 며칠 있다가
숙소를 구하려고 했는데.
아뿔싸.
방이 없다.
한 달 전에 기차표가 예매 가능한 걸 알았을 때
두 달 전 숙소를 미리 예약했어야 했나 보다.
10년 전에 여행 갈 때는
가서 숙소를 찾았던 것 같았는데
그때 그 숙소는
이미 추석 연휴에도 예약이 다 찼더라.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
경주 지도를 크게 확대하고
숙박은 하나하나 클릭해 보았으나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한 숙소는 이미 꽉꽉.
인터넷으로 예약이 안되는 숙소를
하나하나 전화해서
작고 소중한 우리의 숙소 예약 완료.
기차표와 숙소가 이러한데.
예전에 그냥 가서 탔던
경주 비단벌레차는 이미 풀 예약.
일주일 전부터 예약 가능하대서
시간만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오전 9시에는 사이트가 아예 먹통.
열리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 들어갈 수 있을 때는 이미 예약 불가.
둘째도 태워주고 싶었는데.
당일 현장 예매가 가능하다는데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온라인 후기들의 썰들.
웬만한 체험 예약 상품들은 자리가 없다.
1~2주 전에 오픈하는데.
아주 난리.
체험할 거리는 많지만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한다.
하지만 하나도 예약을 못한 채.
걱정이 태산같이 경주로 출발.
1일차. 비가 그쳐가는 저녁 7시.
경주 숙소 도착
급하게 잡은 숙소는
다행히도 황리단길 근처.
도착하자마자 바로 옆집
국숫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우선 가볍게 경주 법주 쌀 막걸리 한 잔.
고생해서 왔더니 더 맛있어.
여긴 콩국수에 미나리를 넣어 먹어.
완전 신기해.
미나리는 엄청 짭짤하고
하나도 안 시원한 콩국수인데
고소해. 뭐지 신기해.
잔치국수도, 콩국수도, 칼국수도 건강한 맛.
첨성대 밤 산책하면서
스탬프 용지도 들고 옴.
10년 전과 변함없다.
뚜벅이로 다니기는 좀 힘들겠지만
부지런히 다녀봐야지.
늦은 저녁 동네 산책.
2일차. 햇살이 너무 좋은 날.
석굴암과 불국사.
황리단길에서 불국사까지 버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배차 간격이 길어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함.
전에 왔을 때는 아예 숙소를
불국사 앞 유스호스텔에 잡았었는데.
저녁에 할게 너무 없었던 터라
이번엔 황리단길에서 숙박을 다 잡고
불국사를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했었지.
불국사를 가려는데
택시 기사님이 오후에 석굴암 차가 너무 막히니
석굴암 먼저 들렀다가
불국사에 내려오는 게 나을 거라고 조언해 주심.
그래서 바로 석굴암 먼저.
경주 스탬프 투어 용지와
국가유산 방문자 투어 여권에도
야무지게 도장 쾅쾅.
오전에 가도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역시 황금연휴인가.
한참을 줄을 서고
막상 석굴암 앞에서 오래 머물며 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잘 다녀옴.
난관은
석굴암에서 불국사 내려오는 차를 기다릴 때였는데.
12시 차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5분인가 10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가 안 온다.
올라갔다 내려가는 택시들이 있지만
곧 버스가 오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 무려 2시간을 기다림.
게다가 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에.
아까 보낸 택시를 탔어야 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또 너무 늦은 때.
내려가는 건 금방 내려갔는데
올라오는 차가 너무 많고 밀리는 데다
외길이라
버스가 시간 맞춰 못 올라오는 듯하다.
사람이 많다 싶으면
택시가 보일 때 걍 타고 내려오는 게
훨씬 훨씬
나을 것 같다.
카카오 맵에서 버스 위치가 보이긴 하지만
보였다 말았다 인 데다가.
12분 전이래 놓고서 못 들어옴.
석굴암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차들이 주차를 못하니
그 뒤에 버스가 있으면 계속 못 들어오고
그냥 머물러 있는 듯하다.
택시를 탈걸. 후회가 가득.
늦은 점심을 먹고 간 불국사에는
볼거리가 많고 사람도 많고 장식도 많다.
석가탄신일이 껴있는 연휴여서 그런지
더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보러 온 것 같다.
열심히 뽈뽈뽈 돌아다녔다.
불국사 박물관이 따로 있어서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패스.
늦게 보문 단지에 들려서 자전거 한 바퀴 타고.
예전에 보문 단지는 벅적벅적하고 자전거도 많았는데
그때 기억으로 찾아가니 너무 적막하다.
경주 월드 말고는 다 망해가는 건지.
황리단길이나 다른 곳은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여기만 유난히 사람이 없는.
숙소 근처로 돌아와서
고기 냠냠.
대기가 없는 가게로 들어가서
오늘도 막걸리랑 같이.
자전거 너무 힘들었어.
우리 숙소의 돌돌이.
큰 멍멍이라 걱정했는데
엄청 순하다.
대신 밤에 오면 멍멍멍 짖어댐.
우리를 향한 게 아니라
주인 어르신한테 알려주려고 짖는 듯.
아이들이 경주 여행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
귀여운 돌돌이.
3일차. 다시 비가 내리는 오전.
국립경주박물관과 월정교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예보에 있어서
실내에서 놀 거리를 찾았는데. 마땅한 게 없다.
그래,
비 오는 날엔 박물관이지.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건 나뿐이 아니었나 보오.
박물관 가는 길에 거의 멈추다시피 한 차들.
걸어가는 입구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원래는 택시를 타려고 했으나
황리단길에서 국립박물관처럼 가까운 거리는
잘 안 가는 것 같다.
잡히질 않는다.
여러 번 시도 끝에 포기.
걸어서 가야지.
온 운동화가 흠뻑 젖은 다음에야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이럴 수가.
박물관에 입장하려면 줄을 서야 하네?
안 그래도 연휴 중에는
상설전시해설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 정도 인파면 듣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미술관과 청자 유물전을 먼저 보러 쏘옥.
개인적으로 백자보다 청자를 좋아하는데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
상형 청자라고 모양을 본떠만들어서
더 귀여움.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 청자(특별전)을 진행 중.
5월 3일부터 8월 24일까지.
역사관에 돌아와보니
오히려 더 늘어나버린 줄.
결국 역사관은 포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기프트샵 한번 구경하고 나옴.
나오는 길은 비가 그쳐서
다시 뽀샤시해졌다.
경주는 보도 블록도 화려하다. 연꽃인가.
경주 박물관에서 월정교 가는 길.
해가 반짝 떠올라서 이리저리 찰칵찰칵.
전날 저녁에 10시 즈음 와서
못 건넜던 다리도 슬금슬금 건너보며.
교촌마을로 건너가서
4륜 자전거를 빌렸는데.
왜 다 못 다니는 건데.
결국 찻길로 나갔는데 너무너무 무서웠다.
숙소 근처에서 이른 저녁.
냉면과 갈비탕.
갈비탕이 사진이 없는데 아이들이 진짜 잘 먹음.
냉면은 역시 특이 맛남.
경주에는 길냥이가 무척 많은 데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가만가만.
버스를 타고
궁금했던 저녁 중앙시장 야시장도 가고.
규모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한 바퀴 돌면서
12천 원으로 맛보기 하는 시스템은 편리한 것 같다.
단품 가격도 저렴한 편인 듯.
원래 금, 토 저녁만 한다고 들었는데
이번 연휴 기간엔 일, 월까지도 진행한 듯하다.
시간이 되면 한 번쯤 더 갈까 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황남대총이던가.
비스듬히 자라는 나무가
묘하게 현실감이 없다.
4일차. 비 온 다음은 역시나 맑은 날.
문무대왕릉 대신 천마총.
첫날 왔을 때 비단벌레차 매표소에 물어보니
현장 구매를 위해
아침에 줄 서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하다.
잠꾸러기 우리 식구들은 재워놓고
아침 산책 겸 혼자서 출발.
숙소에서 5분 거리?
8시쯤 가보니 이미 4~5명 줄 서 있다.
직원은 8시 30분쯤 출근하여 9시부터 매표 시작.
현장 매표는 취소 환불이 불가한 점 참고.
강풍 예보가 있어서
강풍이 불게 되면 비단벌레차 운영이 안되는데
그럴 때는 전액 환불이 된다고.
5번째로 줄 섰지만 그래도 걱정.
예약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거라도 됐으면 좋겠는데.
원하는 시간이 안되면 어쩌지.
몇 개 대안으로 제시할 시간대를 생각해 놓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가 3팀 정도 판매되어
더 초조.
흐억.
다행히 나도 원하는 시간에 무사히 예매 완료.
해당 시간대에 내가 4번째였는데
아침에 와서 줄 서면
생각보다 당일 예매도 괜찮은 듯.
다만 9시쯤엔 이미 줄이 길어져서
금세 전 시간대 매진이 되는 것 같다.
차 2대가 운영되는데
첫 번째 차에 인터넷 예매한 사람들이 타고
두 번째 차에 현장 구매한 사람이 타게 되는 것 같다.
팀별로 앉기 때문에 대략 시간대별 4~5팀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 맞춰서 다시 나가서 한 바퀴 타고 오고.
운전기사님의 설명도 간간이 들으면서
모르고 지나갈 뻔했던 것도 알아보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한 바퀴 구경하고 근처 대릉원으로.
근데 천마총 줄이 이게 무슨 일이람.
날이 좋아서 그런가 무지하게 길다.
기다려서 들어갔지만 그래도 볼만했던 천마총.
다 알고 뻔한 역사지만
실제로 보면 또 더 재미난다.
구경하고 나왔는데
우연히 신라고취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우연히 우연한거 이런거 좋아.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대릉원 돌담길이 또 그렇게 좋다고 해서
딸랑구랑 둘이서만 신나게 걷기.
한낮의 첨성대.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다니고 놀다가
늦은 저녁식사.
황리단길엔 어디든 사람이 많아서
대기가 기본 30분은 되는 듯.
그래도 맛있는 곳에서
맛있게 먹고.
역시 야경은
동궁과 월지.
그런데 그건
우리만 생각한 게 아닌 듯.
9시경쯤 도착했는데
매표소 앞 넓은 공터가
사람으로 꽉 찬다.
매표줄도 너무 길어서.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무사히 표를 사서 입장.
들어가고 나서도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날이 좋아서
거울처럼 달이 비치는 연못을 충분히 구경할 수 있었다.
달이 비쳐서 월지라고 하던데.
하늘의 달과 연못의 달을 한 컷에 담아 보려고 노력했으나
실력이 부족한데다가
배터리마저 부족해서
아슬아슬하게 찰칵.
불이 다 꺼진 동궁과 월지는
어떤 분위기일까.
마지막 날. 비가 올 것 같은 하늘.
오릉과 포석정.
마지막 날 저녁은 비가 예보되어 있다.
하루 종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저녁에 기차 타러 이동하려면 비가 오면 안 되는데.
많이 오진 않겠지.
지금은 비가 안 오니까.
우선 자전거를 타고 가보자.
걸어서 가기 먼 거리를 설렁설렁 타고 돈다.
교리 김밥은 예정에 없었지만
가는 길에 만나서 두 줄 호로록.
약간 짭짤했는데.
간단히 요기 잘 하고 다시 자전거로.
오릉도 있고, 포석정도 있고.
첨성대에서 멀어지니 사람도 한적하고 좋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서 더 좋았는지도.
무열왕릉도, 분황사도 가보고 싶었지만
한 번에 너무 멀리 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게 가볍게 돌고.
하루는 시간이 늦어서,
하루는 벌 잡는다고 문 닫아서
들어가 보지 못했던 최부자집에도 한 바퀴 스윽.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첨성대 근처를 슬렁슬렁.
꿀벌 귀여워.
뒷다리에 꽃가루 잔뜩 달아 놓은 꿀벌은
더 귀여워.
석빙고에 올라가면
세상 높은 산에 올라온 기분.
이렇게 평지가 넓어서
경주가 오래도록 북적거리나 보다.
구름이 몰려오는 첨성대
여전히 길에는 고양이가 곳곳에 숨어있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 비가 살짝 내렸지만
이른 시간에 가서
기다리지 않고 냠냠.
다시 가는 길엔 비가 그쳐서
무사히 기차역에 도착.
황리단길 생활문화센터에서
첨성이 인형이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기차역에 가니 딱!
너무 귀여운데
딸랑구도 첨성이가 귀여웠었는지.
집에 오는 길 기차에서 첨성이들 3형제?!
마무리. 경주 여행 계획과 정산
경주 가기 전 여행 일정 계획.
구글 시트 템플릿으로 간단하게.
대부분 널널하게 일정을 잡아서 크게 무리 없게.
식당은 그때그때 보이는 곳으로 갔다.
우연히 발견했던 가게.
콩국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못 먹고 온 게 조금 아쉽다.
문무대왕릉은
아무래도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포기.
뚜벅이로 가면 먼 거리 이동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만약에 이번에 갔었다면
감은사지나, 주상절리 쪽도 같이 보고
바닷가에서도 놀다 오고 싶었는데. 아쉬움.
자전거는 원래 타고 싶었지만
이렇게 매일 탈 줄은 몰랐는데.
다음에 아이들이 더 크면 더 잘 타고 다닐 수 있을 듯.
그리고 정산. 생각보다 많이 썼네.
가기 전에 책을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중학생 때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불국사나 석굴암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억만 남았는데.
가기 전에 한번 읽어볼까 하고
목차를 다시 훑어보니
1,2,3권에 따로따로 나오는구나.
으음.
아이들이 볼만한 책이 있을까
어린이 책 3권을 빌려왔다.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책으로 보기 좋았고.
경주에 가자는
아이들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형식으로
경주 전체를 가볍게 여행하는 기분.
경주역사 유적지구가 오히려 요점만 쏙쏙 보기 좋은 듯.
셋 다 읽기 좋지만 시간이 없을 땐
마지막으로 얇은 책 하나만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책 같은거 안 보고
체험 예약도 없이
하루에 이만보씩 걸으면서
자전거도 타고
하루가 꽉 차도록
재미있게 잘 놀다 왔어.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