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돌이켜 봤을 때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건은 무엇일까.
도서명 : 거꾸로 읽는 세계사
글 : 유시민
출판사 : 돌베개
출판 연도 : 2021.10.29 (1988년 이후 전면 개정판)
별점 : ★★★★
난이도 : 중상
내 맘대로 한 줄 발제 : 지나고 돌이켜 봤을 때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건은 무엇일까.
회사를 관두면서 심혈을 기울여 골랐던 몇 권의 책들 중 하나. 왠지 다시는 책을 편하게 못 살 것 만 같은 예감에 당장 읽을 책은 아니지만 언젠간 읽겠지 하며 몇 권을 골라 담았는데. 퇴사 후 2년이 지나 드디어 읽었다. 엄청 오래된 책. 내가 기억했던 표지는 파란색이었으나 최근에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시작도 어려웠지만 읽어 내려가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세계사에 다른 이리저리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상태와 다름이 없었고 등장인물, 세계지리 같은 것도 뭐하나 쉽게 넘어가기 어려웠다. 1장에 나온 드레퓌스 사건부터. 그게 누구시죠.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은 많이도 들어봤다. 그게 여기서 나올 줄이야. 그가 고발하고 싶었던 게 이거였었나. 거꾸로 세계사를 읽다 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서 검색해 보니 종이책은 품절이다. 아쉽다.
읽으면서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래오래 기억나고 곱씹어 볼 수 있는 책 읽기를 기꺼워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반전에 놀라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대부분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서 머리가 툭. 맞은 느낌이다. 어떻게 이런 걸 모르고 살았을까.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시선도, 마음도 두지 않고 그냥 모른 척하고 살았나 보다.
책은 총 11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 대까지 약 100년간 세계 현대사 중 중요한 사건을 콕 찝어 주었다. 제일 첫 부분에 11개의 주요 사건이 순서대로 연표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매 장마다 해당 사건의 디테일한 내용도 나와있다. 주요 내용이 어느 정도 나와있기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해 읽다가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수시로 표로 넘어가서 살펴보며 읽을 수 있어 무척 유용했다.
책을 읽는데 내내 흥미롭고 재미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감상을 적어야 할까. 이제 막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내 주관을 넣어 평가할 수는 없는데.
1 드레퓌스 사건: 20세기의 개막
반역자 드레퓌스 | 피카르 중령이 찾은 진실 | 에밀 졸라의 고발 | 법률적 종결 | 정치적 해결 | 지식인의 시대
2 사라예보 사건: 광야를 태운 한 점의 불씨
사라예보의 총성 | 유럽의 내전 | 최초의 세계 전쟁 | 달도 삼켰을 제국주의
3 러시아혁명: 아름다운 이상의 무모한 폭주
핀란드 역에서 | 피의 일요일과 포템킨호 반란 | 건전한 독재에서 국정 농단과 혁명으로 | 레닌, 싸우는 사람 | 볼셰비키 혁명 | 이카로스의 추락
4 대공황: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파산
뉴욕의 ‘끔찍한 목요일’ | 남아도는 오렌지, 굶주리는 아이들 | 루스벨트와 히틀러 | 케인스혁명 | 대공황의 유산
5 대장정: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의 신화
여덟 번째 통일 영웅 | 숙명의 라이벌 | 홍군의 탈출 | 양쯔강을 건너다 | 지구전 | 시안사건 | 붉게 물든 대륙 | 신민주주의
6 히틀러: 모든 악의 연대
바이마르공화국 | 나의 투쟁 | 제2차 세계대전 | 홀로코스트 | 악의 비속함
7 팔레스타인: 눈물 마르지 않는 참극의 땅
비극의 무대 | 드라마의 주역 | 유대 군대의 ‘인종 청소’ | 중동전쟁과 PLO | 뉴욕의 아라파트 | 테러와 전쟁의 무한 반복
8 베트남: 마지막 민족해방전쟁
굴복하지 않는 민족 | 호찌민이라는 사람 | 제1차 베트남전쟁 | 프랑스의 배신, 미국의 개입 | 제2차 베트남전쟁 | 펜타곤 페이퍼 | 전쟁이 끝난 뒤
9 맬컴 엑스: 검은 프로메테우스
무하마드 알리 | ‘짐 크로 법’ 시대 | 맬컴 엑스와 마틴 루서 킹 | 통합과 분리 | 암살 | 미국의 인종 불평등
10 핵무기: 에너지의 역습
여성평화캠프 | 전쟁과 과학 | 핵폭탄 | 탄도미사일 | 쿠바 위기 | 핵 없는 세상
11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 20세기의 폐막
베를린장벽 | 사회주의 세계의 소멸 | 미하일 고르바초프 | 소련의 어두운 역사 | 위대한 실험의 참담한 실패 | 프라이카우프
처음에는 목차에서 알고 있는 사건이 거의 없었는데 한번 읽고 나니 목차와 그 부제들이 이해가 간다.
사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짧게 끝난 사건들도 있지만 현대까지 길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인종 차별 같은 경우( 9. 맬컴 엑스 ) 시기적으로는 짧게 드러난 사건이지만 앞뒤로도 점선이 길다. 오래도록 쌓여서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핵무기는 저 하얀 선이, 점선이 사라지는 날이 올수 있을까.
하나의 사건에 너무 길지 않게, 너무 깊지 않게, 그렇지만 자세하게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거기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로 마무리가 된다. 물론 역사는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주관이 섞일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 많은 내용을 접해 보질 못해서 주관적인 부분에서 더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 넓었구나. 이리저리 많이 공부하고 배우려고 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인가. 작가의 주관이 섞인 11대 사건이지만 뭐하나 중요하지 않는 사건이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처음 쓸 무렵 우리나라는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였고 작가는 엘빈 토플러의 책을 보며 오지 않을 미래 같았다고 했다. 한때는 이곳과 저곳의 시간이 따로 흘러가던 때가 있었다. 정보는 늘 고여 있고 느렸다. 하지만 이제는 지구 반대편의 일들을 바로바로 SNS 나 뉴스로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럼 보다 갈등이 더 줄어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여전히 사람들은 반목하고 싸우고 있다. 오히려 더 격렬해지고 있는 것만 같다.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과연 '절멸의 운명을 피하는데 성공할 만큼 인류가 현명해'질 수 있을까.
42. 언론사는 개인기업 또는 주식회사 형태의 사기업이지만 정보를 유통하는 공적 기능을 담당했다.
67. 자본주의 강국들이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는 식민지를 넓힐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전쟁의 원인으로 보는 견해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은 어느 정도 '필연적인 사건' 이었다고 할 수 있다.
99. 혁명의 적은 탄압이 아니라 개혁이다. 필요한 개혁을 제때 하면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114. 대공황은 시장경제의 특성과 결함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시장은 인간의 '필요' 가 아니라 지불 능력이 있는 소비자의'수요'에 응답한다.
171. 현대 중국의 정치는 플라톤이 말한 철인 정치의 '집단주의 버전'이다. 공산당은 무엇이 선인지 아는 '철인' 또는 '현자'의 역할을 한다.
203. 독일의 보통 시민 대부분이 여러 세기 동안 형성한 독일 특유의 '절멸 주의적 반유대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홀로코스트 명령을 집행했다는 것이었다.
236. 이스라엘은 아랍의 바다에 뜬 유대인의 섬이다.
261. 미군 병사들은 전쟁의 명분을 확신하지 못한 채 낯선 땅에서 싸웠다. 병력이 많고 화력이 우세하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전쟁이 아니었다.
304.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교육 수준이 낮고 재산과 소득이 적고 사회적 지위가 낮으면 손쉬운 차별의 대상이 된다.
311.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순간 과학은 전쟁과 손을 잡았고, 둘의 협력이 최고 수준에 다다랐을 때 핵폭탄이 태어났다.
355.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사상은 자본주의 체제의 품에서 태어났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 사회의 대세가 된 자본주의 체제는 눈부신 생산력의 발전과 함께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을 불러들였다. 사회주의자들은 경제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인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폐지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를 끝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