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스트레스 받기
런던에서 락다운이 끝나갈 무렵 새로운 플랫을 구해야 했다. 방을 구하는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는 수많은 플랫들이 시장에 나와있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런던을 떠나 본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인 것 같다.
운이 좋게 정말 좋은 위치에 착한 가격과 거실, 주방이 모두 올바르게 갖춰진 정상적인 플랫을 구했다. 런던에 온 후 거실이 있는 곳에서 사는 것은 처음이다. 방 세 개짜리 프랑스에서 온 남자와 핀란드 여, 스페인 남 커플과 플랫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전에 학교 기숙사에서 열 명이 넘는 사람들과 화장실, 주방을 공유한 경험도 있고, 졸업 후 스페인, 시리아, 프랑스, 이태리에서 온 친구들과 플랫을 공유한 경험도 있다. 무엇보다 공유의 끝판왕 군대를 경험한지라 이제껏 런던에서 플랫 쉐어를 하며 크게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언급했듯이 주방과 거실이 있다. 커플이 들어오기 전까지 프랑스 친구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가며 번갈아가며 사용을 했다. 그 친구는 너무 바빠서 거의 보기도 힘들다. 요리하는 걸 본 적이 없고 방 안에 티비와 모든 게 있어서인지 거의 거실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커플이 다음 달에 월급을 받으면 책상을 사겠다고 하며 온종일 거실 식탁에서 일하고 수다를 떨며 공유하는 공간을 독차지하였다. 식탁에서 일하며 미팅하고 통화하는 녀석 앞에서 점심을 먹기는 불편해서 방에서 먹게 되었는데 이 녀석들은 내가 원래 방에서 먹는 줄 아나보다. 너희가 오기까지 한가로이 점심 먹고 차도 마시고 그랬단다...
그 외에도 식사 후 결코 식탁을 닦지 않고, 식기 세척기에 식기들을 쌓아놓고, 문을 항상 쾅쾅 닫고... 끝이 없다. 매 주말마다 파티에 가서 놀고 온다. 현재 런던은 다른 집에서 사는 사람과 실내에서 만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 핀란드 친구는 간호사인데도 파티를 다니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농담 1/4 진담 3/4로 다음에 파티에 초대해달라고 했다 신고하겠다고. 농담인 줄 알고 웃더라. 하.
더 열 받는 것은 쟤네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는 것이다. 나만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서 더 스트레스받는다.
자꾸 과거의 플랫 메이트들이 그리워진다. 그 친구들은 참 얌전하고 순했는데. 다들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
서울에서 혼자 원룸에서 살 때 참 자유롭고 좋았던 것 같다. 퇴근하고 와서 요리하고 싶을 때 하고. 화장실에 있을 때 쫄리는 마음 없이 있을 수 있고.
타인과 한 공간을 공유하는 건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방 구할 때 원룸 광고들을 보고 굳이 저 돈까지 주면서 저런 곳에 살아야 하나 하며 거실 있고 주방 있는 곳에서 사람처럼 살자 하며 골랐는데. 어쩌면 원룸을 돋 더 주고 사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불편함들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아마 그렇게 될 것 같다.
여러모로 런던은 쉽지 않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