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9, 20 세 번의 낙방 그리고 2021 드디어 합격!
처음 브런치란 것을 알게 된 건 18년도였다. 일단 필기체 B와 만년필의 모양이 합쳐진 앱 아이콘이 너무 예뻤고,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주는 시스템이 너무 좋았다. 한 마디로 너무 있어 보였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원래, 나는 글보다는 사진 찍는 것을 더 좋아하고 잘한다. (잘한다는 기준은 물론 나 스스로의 기준이다.) 사진은 실제보다 좀 더 예쁘게 또는 나만의 느낌을 담아서 찍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찍은 사진을 스스로도 매우 좋아해 핸드폰의 저장용량(256GB)이 터져나가도록 옛 사진을 잘 지우지 못한다. 하지만 글은 좀 다르다. 길게 쓰는 것도 어렵고, 쓰고 난 후 읽어 보면 너무 어설퍼보여 글쓰기에는 영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취약한 것은 띄어쓰기와 맞춤법이다.
이러한 나의 글 솜씨는 브런치 팀에게 여지없이 걸러져 3번의 브런치 작가 신청은 모두 낙방이었다. 그런 내가 이번에 4번 만에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하기 며칠 전 밤이었다.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책을 보다 너무 감명 깊던 나머지, 10살 아들에게
"엄마는 작가가 될 거야. 10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이라고 말해버렸다. 작가라는 말을 다시 입에서 내뱉자마자 또다시 브런치가 떠올랐다. 그렇게 우연과 의지와 노력과 브런치 팀의 은혜가 쌓여 나는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나 높아 보이던 문턱을 넘어서 이런 뜨거운 환영 메일을 받으니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선정 메일을 받으면서 그동안의 브런치에서 온 메일을 확인해보았다. 그 전에는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주 정중한 탈락 메일을 받으면 그만 얼굴도 벌겋게 달아오르고 화도 나면서 메일창을 바로 꺼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무려 브런치의 작가가 아닌가! 그동안 내가 브런치에서 몇 번 탈락을 했었는지 제대로 마주할 마음의 여유까지 생겨버린 것이다. 그렇게 검색해보니
18.11.04. / 19.10.10./ 20. 06. 22.
탈락의 역사
나는 18년도부터 1년에 한 번씩 브런치에 도전을 해왔던 것이었다. 그냥 갑자기 살다가
"흠, 이 정도 아이템이면 브런치에서 날 받아줄 것 같은데?"
라고 생각날 때 브런치에 도전했던 기억은 있는데, 그게 1년에 한 번씩이었다니 너무 신기하다.
역시 될 때까지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은 없다. 비록 시간은 걸릴지라도,
브런치에는 작가의 서랍이라는 멋진 이름의 카테고리가 있어, 내가 그동안 탈락한 글들도 다 모여있다. 그래서 나의 그동안 탈락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18년도에는 나의 역마살에 관한 글을 썼었다. 19년도에는 내가 지금 살며 머물고 있는 폴란드에 대해서 썼고, 20년도에는 흑룡띠 아들 육아에 대한 글을 썼었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가 되어 다시 글들을 보니 아이템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 글이 문제였다. 그런 글을 쓰고도 나를 작가에 뽑아주지 않았다며 브런치를 원망했던 내가 참 부끄럽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고쳐쓰기'이다. 그 당시에는 나의 아이템에 혼자 도취되어 글을 막 싸질러 놓았던 거 같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코로나로 인하여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책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글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고쳐쓰기라고 했다. 또, 문장의 길이가 짧아야 좋은 글이라는 이야기가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 전의 글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문장의 길이는 최대한 짧게 쓰려고 노력했고, 여러 번 다시 읽으며 고치고 또 고쳤다. 이게 나의 브런치 작가 선정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4번 만에 겨우 선정되었으면서 비결을 운운하다니 참 부끄랍다.;;)
작가가 되니 일상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 특히, 아들은 엄마가 작가라고 하니 살다가 아주 작은 에피소드라도 생기면
"엄마, 이건 꼭 브런치에 써야해요.”
라고 관심을 가져준다. 오늘은 정원에서 화분에 물 주러 돌아다니다가 그늘 천막이 바람에 흔들리며 고여있던 빗물이 정확히 나에게 쏟아져 옷이 흠뻑 젖었다. 아주 희박한 확률로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 같이 웃던 아들이 이건 꼭 브런치에 써야 한다며 추천했다. (이 부분은 아들에게 헌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아들이 어몽어스를 그려 선물하고 싶다 해서 그럼 그림 옆에 생일카드도 같이 적어서 주자고 했다. 그랬더니 나에게 생일카드 쓸 영감을 주라고 하기에 너무 귀엽고 뿌듯했다. 영감이라는 단어는 내가 브런치에 발행한 글에 쓰여 있는데 그것을 읽고 우리 아들도 그 단어를 알게 되었나 보다. 그리고 영감을 받은 아들은 정말 멋진 생일카드를 썼다. 작가가 되니 아들에게 이런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 같아 너무 뿌듯하다.
마지막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니 정말 신기한 점이 한 가지가 있다.
브런치 작가 선정은 되기가 정말 어려운데(나의 기준에서), 되고난 다음에는 아무런 제약이나 브런치 팀의 평가없이 글을 그냥 쓰고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내가 예전에 써서 탈락된 글도 내가 발행 버튼만 누른다면 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이렇게 브런치에 어떤 글을 써도 된다는 자유를 얻고 보니, 그만큼 브런치 작가라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감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잘 쓰고 싶어 진다.
저를 브런치 작가로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