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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Apr 17. 2024

100일 촬영 2차 시도

생후 128일 우는 모습도 귀여워

2024.04.03(수)


드디어 오늘 지난번에 실패한 100일 촬영에 다시 도전했다. 오전에는 컨디션이 좋은 편이고 마침 이동하는 시간이 낮잠 시간이어서 차에서 푹 자고 일어났으니 괜찮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게다가 2주간 매일 산책하고 외출하면서 모르는 사람을 보고 빵긋빵긋 웃었으니까 스튜디오에서도 이전과 다르게 울지 않을거라 기대했다. 너의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진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다고오.


스튜디오에 들어가 직원분의 얼굴을 보고 긴장되는 몇 초가 흐르고. “으앙~” 결국 너는 울었다. 그때 직감했지. 오늘 촬영도 힘들겠구나. 하지만 이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 어떻게든 웃는 사진을 하나라도 건지겠다는 마음으로 일단 스튜디오 내 히터를 꺼달라고 했다. 안 그래도 더위를 많이 타는데 울기까지 하면 더워서 더 울 테니까. 그리고 동요가 나오는 튤립 장난감을 챙겼고 휴대용 선풍기까지 챙겨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동요가 들리지 않아 소용이 없어서 선풍기 바람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열도 식히려는 전략이다.


보통 스튜디오에는 너처럼 우는 아이를 달래며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역할을 하는 직원분이 계시는데 달래는 솜씨가 영 맘에 들지 않는 거야. 그래서 결국 엄마가 나섰다. 네가 울라고 하면 볼을 만지작만지작 하면서 '빵빵빵', '탱탱탱탱', '통통통통'과 같은 된소리로 된 의성어를 소리내어 말해 네가 웃을락 말락 하면 기어서 뒤로 빠지고 촬영 기사님 옆에 붙어 시선을 끄는 것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활짝 웃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 웃는 모습을 딱 1컷 얻었다. 어떻게 된거냐고? 네가 가끔 울기 전에 웃는 것 같은 표정을 지을 때가 있거든? 그 순간을 포착했지 뭐. 오늘 저녁쯤 원본이 도착할 텐데 아무래도 99%는 우는 사진일 듯 싶다.


스튜디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당이 너무 당기고 힐링이 필요해 집 근처 멋진 카페를 찾았다. 드라마에도 나온 곳이라던데 내부에 분수도 있고 꽃 핀 나무가 보이는 큰 통창도 있더라. 맛있는 빵과 멋진 풍경 덕분에 엄마아빠도 힐링, 너도 분수가 신기한지 물멍을 하며 힐링했다. 어느정도 에너지 충전하고 나니 네가 방긋방긋 웃는거야. 그래서 급히 너에게 곰돌이 모자를 씌우고 열심히 셀카를 찍었다. 짧은 순간에 다양한 표정이 나오더구나! 네가 엄마아빠와 함께 있으며 온전히 행복할 때 이런 표정들을 짓는구나 싶었다. 스튜디오 촬영이 누구에게나 이렇게 실망스럽진 않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맞지 않는 게 분명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결국 고민만 하던 홈 스냅을 예약했다. 이렇게 예쁜 모습을 이대로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말이다. 큰 레슨비 냈다고 생각하지 뭐. 여하튼 낯선 환경에서 웃는 건 어른들에게도 힘든 일이란다. 오늘 하루 너무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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