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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안부를 묻는 길

by 남효정

며칠 전 퇴근 시간.

남편이 들어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현관엔 인기척이 없다.

분명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고 했다. 30분 전에.

나는 퇴근 후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빠르게 저녁준비를 했다. 거의 식탁이 차려지던 즈음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어본다.


"밥 먹자. 뭐 해?"


"고양이 좀 확인하느라고. 모두 다 잘 있나."


동네에서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 사건이 있었다. 관할 경찰서에서 준비한 플래카드가 동네 여러 곳에 걸리고 거기엔 '다음은 당신의 차례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한 문장이 바람에 나부꼈다.


아이들이 많고 찻길을 건너지 않고 안전하고 잘 정돈된 공원길을 따라 초등학교에 갈 수 있는 동네. 이곳은 인공개울이 흐르면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나 어릴 적 시냇가에서 놀듯 단지를 관통하는 길을 따라 흐르는 인공개울에서 논다. 아이들 깔깔거리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뒤섞여 여름의 후덥지근한 날씨도 즐겁게 느껴지는 다정한 동네이다.


며칠 전 남편의 출근길에 6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노인을 보았다고 한다. 백팩을 메고 두리번거리던 사람은 아파트 단지 이곳저곳을 둘러보더니 황금빛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가 어슬렁 거리는 공터 쪽으로 다가갔단다. 한 손에는 무언가 꼭 쥐고 있었는데 고양이를 보자 손에 들고 있던 것을 힘껏 내리꽂듯 던졌다. 남편은 너무 놀라 뛰어가서 그 노인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노인은 부리나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고 끝내 앞모습을 모여주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로 남편의 퇴근길은 고양이를 살펴보는 시간이 추가되었다. 황금빛 줄무늬가 있는 유난히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진 고양이를 타깃으로 하니 그 고양이의 개체수를 확인하는 거다.


이 고양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동네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음을 그들도 인지했는지 멀찍이 앉아 있다가도 사람이 멈추어서 바라보면 사람을 향해 다가온 후 손을 내밀면 손을 핥거나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주며 재롱을 부린다. 고양이의 도도함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거의 애완견 수준으로 경계를 허물고 사람 옆에서 친근감을 표현한다.


고양이에게 돌을 던지는 노인은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 때에 우리 단지로 온다고 한다. 고양이를 향해 돌을 던지는 모습이 두 차례정도 목격되었다. 다행히 고양이는 맞지 않았고 피해서 도망쳤다고 한다.


된장찌개에 저녁식사를 하고 동네를 산책한다.

오늘따라 더욱 후덥지근한 날씨에 숨이 막힌다.


"어떤 면에서 사람은 너무 잔인해."


"왜, 유독 사랑받는 황금빛 고양이를 타깃으로 했을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고양이가 사람과 교감하고 관계 맺는 걸 보고 분노가 솟구쳤나?"


"일정한 시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 돌을 던진다는 것은 계획적이며 습관화된 공격성을 나타내고 있어.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반사회적 성향이 공격성으로 표출된 경우 일 수도 있겠어. 영화에서도 친구하나 없는 주인공이 작은 동물을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는 장면이 종종 나오잖아."


"그 대상 동물이 점점 커지고 나중에는 사람이 타깃이 되잖아.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인가 봐. 끔찍하다...... 그 노인 말이야. 다른 일에 화가 난 건데 자신의 분노를 괜스레 고양이에게 푸는 거 아닐까? "


"그럴 수도 있지. 사회적인 불만이나 직장에서의 불만 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불만을 약하고 약한 존재인 동물을 대상으로 쏟아내는 경우도 많으니까."


"고양이와 안 좋은 경험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어. 특정 고양이가 자신에게 해를 주었는데 그와 유사하게 생긴 다른 고양이를 그 고양이인 듯 대하고 화를 내는 것인지도 몰라."


우리는 걸으며 고양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확인했다. 살구나무에 오르내리거나 풀벌레가 움직이길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모습도 관찰된다. 다행이다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심각한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의 전조로 동물학대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보고가 있다. 동물학대를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일부 범죄자들은 초기 단계에서는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범죄행위를 한다. 그리고 점점 대상을 더 큰 존재로 확대해 나간다.


"요즘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잖아. 노인이 반복적으로 특정 장소에 나온다면 사회에서 단절된 자신의 삶에 대한 외로움이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외롭고 만날 사람도 없는데 이 고양이는 온 동네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어. 그러니 밉고 싫을 수밖에."


"그럴 수도 있겠네. 아니면 고양이는 일도 하지 않고 공짜로 사람들에게 먹이를 얻어먹고 사니까 사회 악이라고 뒤틀린 사고를 하고 있을 수도 있지. 돌을 던질 때 보면 그냥 장난 삼아 던져보는 게 아니더라고. 아주 있는 힘껏 던져. 운동을 했는지 근육도 단단하게 있어 보이는 건장한 노인이야."


나는 남편에게 신고를 권고했다. 고양이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는 명백한 동물학대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범죄로 간주되니 신고해야 한다. 특히 반복적이고 고의적은 폭력은 법적 처벌 대상이므로 적극적인 신고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 112번이나 국번 없이 110번(정부 민원 콜센터)으로 문의하고 신고할 수 있다. 이때 증거 사진이 있으면 수사가 더욱 수월할 것이다.


Copilot_20250727_091724.png 사람과 교감하는 고양이_Copilot+남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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